■ 여성기업 탐방 – 슬로시티제천협동조합 김은숙 대표

충북 제천에서 700통 벌집을 관리하며 40여 년 양봉을 이어온 김은숙 대표(수산면생활개선회 회원). 김 대표는 슬로시티협의회 푸드분과장으로서 강의 등 사회활동에 나서면서 2015년 푸드분과에서 연을 맺은 농촌여성들과 슬로시티제천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여성농업인들과 슬로시티제천협동조합을 함께하며 지역농산물소비를 촉진하고 있는 김은숙 대표.
여성농업인들과 슬로시티제천협동조합을 함께하며 지역농산물소비를 촉진하고 있는 김은숙 대표.

농촌여성이 재배한 수수로 쌀과자 가공
축협건물 리모델링해 식품연구 공간 마련

지역농산물로 식품 개발
제천 수산면은 청풍호와 맞닿아 있는 마을로 수몰지역이다.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현재는 2200명의 60대 이상 고령주민들만 남아있다고 한다.

“제천은 청풍호가 명소에요. 공장이 없고 자동차가 적어 매연이 없는 충북도 시군에서 대표적인 슬로시티입니다. 슬로시티협의회가 운영돼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돼 있어요. 협동조합도 주민 협치로 이뤄져서 슬로시티와 닮은 점이 많았죠.”

슬로시티제천협동조합에는 7명의 여성농업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지는 5년이 됐다. 이들은 제천에서 생산한 수수와 쌀로 쌀과자를 개발했다. 가공방법을 특허출원했다는 김은숙 대표.

“미국, 싱가포르, 호주, 태국 등에 수출해봤어요. 국내에서는 주로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고 있어요. 자체홈페이지와 네이버 스토어팜, 11번가, 우체국몰 등 판로를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라이브커머스 채널에도 입점하며 제천 수수쌀과자의 맛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고.

수수쌀과자는 천일염으로 맛을 내 짭조름한 맛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단맛을 더해 다양한 쌀과자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슬로시티제천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생산한 수수쌀과자를 포장하고 있다.
슬로시티제천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생산한 수수쌀과자를 포장하고 있다.

정부지원사업은 양날의 검
협동조합 운영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모여 가공식품을 생산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처음에는 마을공동건물에서 월세를 내고 식품개발에 매진하면서 수수쌀과자 한 가지를 개발했지만 홍보는 더뎠으며, 수수누룽지를 새로 연구하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촌유휴시설활용창업지원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시행한다는 이야기를 알게 됐고, 김은숙 대표는 정부지원을 받고자 결심했다고 한다.

“제천시에 문을 두드렸는데 이 사업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았어요. 시장님을 만나 공모사업을 제천시에서 추진해달라고 적극 의견을 전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정부지원사업은 따낸 김은숙 대표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일련의 과정이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었다고 한다. 마을의 유휴시설이었던 축협 건물을 슬로시티제천협동조합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이 자신이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될 거라 굳게 믿었다고.

“지원사업이 4억5000만 원 규모였고 자부담도 없었어요. 조합원들도 기대가 컸죠.”

하지만 사업을 담당하는 시 관계와 건설사 간 소통하는 과정이 부족해 내부공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건설사와 조합원들이 사업 과정을 공유할 길이 없어 부실공사 피해를 입었다.

부실공사로 페인트칠 시공이 되지 않은 처마 밑.

시설 어설퍼 해썹인증 계획 무산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 관심을 갖고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시 관계자가 책임지고 소통해야 하는데, 그 내역을 조합원들은 공유할 수 없었어요. 10년 동안 보금자리가 될 장소인데 곳곳에 허술한 점이 많아요.”

기본적으로 배수로에서 이어지는 경사에 문제가 있어 물이 역류했다. 외관은 자세히 보면 간판이 설치된 자리 사이에 페인트칠이 안 돼 있었다. 건물 외벽 곳곳에 틈이 벌어져 새둥지가 발견됐다.

장소가 불완전하면 까다로운 해썹 인증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가공식품을 생산해야 하는 조합원들에게 큰 걸림돌이 된다. 결국 제천의 또 다른 마을기업에 쌀과자 가공을 의뢰해 OEM으로 식품을 가공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지원사업도 국민 세금으로 진행되는 건데, 건설사에서는 눈먼 돈이라고 엉터리로 시공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해요.”

이웃지역 청주에서도 이 사업이 진행됐는데, 그래도 청주는 담당공무원 재량으로 별다른 문제없이 사업이 진행됐다며 “감사하긴 한데 감사하지 못한 부분도 발생한다”고 김 대표는 토로했다.

수수쌀과자는 온라인마케팅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수수쌀과자는 온라인마케팅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즉석가공식품 개발 꾀해
갈등을 겪으면서 조합원들은 더욱 똘똘 뭉치게 됐다고 한다.

“조합원들이 제가 쓰러지면 식품 론칭을 못한다고 간식과 영양제를 가져다줬어요. ‘김 대표처럼 서류 만들고 홍보해주는 사람 없다’면서 건강해야 한다고…. 힘들어서 그만뒀으면 고생만 하고 빛을 못 봤을텐데 곁에서 힘이 돼준 주민들에게 고마워요.”

김은숙 대표는 앞으로도 조금씩 손봐야 될 곳 많은 공간이지만, 내년에는 이곳에서 즉석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누가 알아주진 않더라도 공간을 보완해나가면서 식품을 개발해야죠.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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