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는 장만옥과 양조위 주연의 아스라한 추억의 홍콩영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을 뜻하는 말이다. 내겐 농촌여성신문 기자로 일한 시간이 화양연화다.

내 부모님 모두 이북이 고향인 실향민이라 어릴 때부터 명절에 찾아갈 시골을 고향으로 둔 친구들이 줄곧 부러웠다. 누가 고향을 물어보면 나고 자란 곳인 서울을 고향이라고 답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았다. 고향은 언제나 양팔 벌려 반겨줄 따뜻한 사람들이 있고,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있는 시골에 더 적합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향이 갖고 싶었다.

농촌여성신문 기자로 전국 농촌의 구석구석을 취재 다니며 고향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해 지구 반바퀴 쯤은 족히 다녔을까? 비록 몸은 힘들어도 계절 따라 바뀌는 농촌의 아름다운 풍광은 일의 활력소였고, 만나는 이들의 정겨운 마음은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자양분이었다.

내가 마주한 농촌은 특히 농촌여성은 사회문화적으로 소외됐다고 하나 오히려 내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그들이 덜 고생하고 건강하고 평온한 삶을 보낼 수 있길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기사를 썼다. 미력하나마 그들의 자긍심을 지키고 소중한 삶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어 보람이었고 작은 흔적이나마 남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

모두모두 감사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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