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사는 세상 - 충남 부여 만세장터봉사회

충남 부여 임천장터 독립만세운동은 1919년 3월6일 일어나 충남지역의 첫 독립만세운동이다. 이 기록은 유관순 열사의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운동(1919년 4월1일)보다 한 달 가까이 앞선다. 지자체에서는 임천장터에 독립만세운동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웠으나, 농촌 고령화로 인해 장터가 폐장되고 주민들 발길이 뚝 끊기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임천면생활개선회(회장 박혜옥)는 주차장으로 바뀐 이 자리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염원을 기리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세장터봉사회를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만세장터를 열자 면사무소에서 탁자를 제공했고, 부여군상인회에서 몽골텐트를 지원했다.

부여 임천만세장터는 매주 금요일마다 열린다. 이른 아침부터 속속 농산물이 판매되며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만세장터 수익금으로 농촌 사각지대에 온기
관광지서 지역농산물 소비하는 로컬카페 오픈

소농의 소득창출에 초점
“이건 무슨 콩이에요?”

임천파출소 장용익 소장이 봉지에 담긴 콩이 얼만지 물었다. 파출소장은 매주 열리는 만세장터 단골이며, 홀로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구매한 농산물을 전한다고 박혜옥 임천면생활개선회장이 설명했다.

만세장터는 주민들에게 금요장터로도 불린다. 매주 금요일마다 아침 7시부터 낮 12시까지 열려서다. 농업인들이 이른 아침에 농사일을 시작하다보니, 꼭두새벽부터 장터를 찾아 제철농산물을 구매해가는 일이 많다고 한다. 오전10시쯤 만세장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바탕 구매 열풍이 휩쓸고 간 다음이었다.

“요즘 콩 수확철이어서 햇콩이 아주 좋아요. 김장철에 맞춰 대파와 무도 판매해요.”

회원들은 매주 3명씩 당번을 정해 4년간 굳건히 만세장터의 명맥을 잇고 있다.

만세장터에는 농가 20곳이 농산물을 납품하는데 대부분이 소농이다. 고령농업인이 혼자 자급자족하기에는 많은 농산물을 손수 가공해 장류와 기름 등으로 내놓는다고 했다. 인기식품은 부여군시니어클럽에서 생산한 손두부였다. 두부는 5000원인데, 손님이 오는 족족 판매돼 완판이 되기 일쑤라고 한다. 응고제 등의 첨가물 없이 생산된 두부는 이웃 마을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장날 아침에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위생적으로 장터를 운영하려고 해요. 두부도 소포장해 판매하고, 여름에는 변질될까봐 최대 6개의 두부만 판매했죠.”

좌판에 펼쳐진 장부에 판매이력이 빼곡했다. 농산물 수익금은 농가에게 당일 지급한다고. 금고에는 농가 이름이 적힌 종이봉투에 현금이 담겨 있었다.

부여 임천만세장터는 매주 금요일마다 열린다. 이른 아침부터 속속 농산물이 판매되며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관광두레사업으로 농촌 활력 도모
만세장터에서 얻은 수익금의 10%는 기금으로 활용한다. 기금은 매년 임천면생활개선회원들이 김장철에 동치미 나눔 봉사와 동짓날 팥죽봉사를 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동치미 무도 회원들이 직접 재배한 무를 사용해 의미를 더했다.

회원들은 하루 동안 판매되지 못한 농산물을 도로 수거해가야 하는 소농들의 어려움을 나누고자 반찬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했다고 한다.

“회원 7명이 2000만 원씩 똑같이 성금을 거둬 읍내에 있는 가옥을 매입했어요. 오래된 가옥을 리모델링해 음료와 전통다과, 반찬을 상시 판매할 수 있는 영업장을 준비하고 있어요.”

임천면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포토존으로 유명한 성흥산 사랑나무가 있다. 사랑나무는 나뭇가지가 하트 모양으로 뻗어있어 하트모양의 배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연인들이 사랑나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고 한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지만, 주변에 즐길 거리가 없어 관광객들이 조용히 빠져나간다고 한다.

회원들은 카페를 운영하며 관광객들에게 지역농산물을 알리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구체화한 제안서를 작성하고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두레사업에 지원해 3년 동안 지원금 3500만 원으로 전통다과 제조기술을 배웠다.

영업 공간은 회원들의 힘으로 마련하고, 부족한 부분은 충청남도 도민참여예산으로 만세장터 제조시설 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주방시설을 마련했다.

“시작은 여성농업인들이 자발적으로 만세장터 되살리기 봉사였는데, 어느새 판이 커지는 것 같아요. 카페에서 단순히 장사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을 어르신들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겠습니다.”

함께 하기에 부여농촌여성들의 겨울은 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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