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벼·수단그라스 등에 ha당 500만원 지원…전체예산 80% 육박

하계조사료를 심으면 ha당 500만 원을 지급하는 논타작물재배지원 예산으로 754억 원이 편성됐다.
하계조사료를 심으면 ha당 500만 원을 지급하는 논타작물재배지원 예산으로 754억 원이 편성됐다.

벼 대신 여름철 조사료 심어 수급안정·쌀 공급과잉 해소 목적
농식품부, 당초 410억 편성 입장… 통과돼도 3년 시범사업 유력

지난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023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으로 정부안보다 1조955억 원을 증액했다. 그중 2020년까지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던 논타작물재배지원에 754억 원을 배정했다.
예결위에서 예산액 변동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농해수위에서 여야가 큰 이견 없이 문턱을 넘은 만큼, 내년도 예산에 편성은 일단 긍정적인 상황이다.

기존 논타작물재배지원과 차이는…
이번에 편성된 예산과 2018~2020년에 시행된 논타작물재배지원의 가장 큰 차이는 하계조사료에 있다. 2018~2020년에는 조사료와 일반풋거름, 두류(휴경은 2019~2020년 지원) 등에 3개년 평균 7295ha에 ha당 420만 원이 지원됐다.
내년 계획은 사료용 벼인 총체벼, 옥수수, 수단그라스, 사료용 피 등 하계조사료에 1만5000h에 ha당 500만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체예산 754억 원 중 80%에 육박한다. 지원단가를 500만 원으로 정한 건 쌀과 조사료를 각각 재배했을 경우 소득격차가 ha당 521만7000원이라는 데이터를 반영한 것이다.
단작으로 동계조사료를 심으면 전략작물직불제로 ha당 50만 원을 지급하는데 하계조사료와 비교하면 10배 차이가 난다. 이는 하계조사료에 큰 폭의 지원으로 쌀 농가의 재배전환을 유도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논에 심는 벼를 대신해 여름철에 조사료를 심음으로써 쌀 공급과잉 해소는 물론이고 수급안정을 통해 축산농가의 경영비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걸로 정부와 국회는 기대하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조사료가 수입산에 비해 저렴해 경제성이 높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사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어 농가소득을 제고시킬 수 있다며 생산기반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9년 기준으로 생산비에서 사료비 비중은 한우 송아지는 45.5%, 한우 번식우가 45.6%에 이르고 육우·젖소·비육돈·산란계·육계 등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농협경제지주 자료에 의하면 조사료 수입대체 효과로 외화절감 1512억 원, 사료비 절감이 51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거기다 쌀 7만5000톤을 감축함으로써 올해 시장격리 물량 37만 톤의 20.2%에 달하는 1200억 원의 예산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인중 차관 “타작물 전환에 10년 필요”
물론 국회와 농식품부는 논타작물재배지원에 관해 온도차가 분명하다. 지난 1일 농해수위 예산심사소위원회에 출석한 농식품부 김인중 차관은 “벼 재배면적 감축과 관련이 있는 품목 중 하계조사료의 경우에만 논타작물재배지원을 하고 나머지 품목들은 전략작물직불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전략작물직불 예산으로 1307억 원, 논타작물재배 사업 예산은 410억 원으로 하계조사료를 1만ha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발언했다.

당초 농식품부가 논타작물재배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건 벼를 심다 타작물로 전환하려면 10년은 직불금을 줘야만 정착되는데 3년에서 5년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과 쌀 공급과잉 해소와 밀과 콩 등 자급률 향상을 위한 사업으로 전략작물직불제로 일원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런 이유로 논타작물재배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지만 야당이 집중적으로 필요성을 강조하자 동조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예산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논에다 타 작물을 재배하는 걸 꼭 전략작물직불제라는 명칭만을 고수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큰 틀에서 보면 논을 활용해서 작물을 심는 거니까, 겨울철에 하는 건 자급률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전략작물직불제 명칭을 갖더라도 여름철에 심는 작물들에 대해서는 논타작물직불제 형태로 이런 명칭을 사용해서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논타작물재배지원에 무게추를 옮겨야 한다는 의중을 비쳤다.
아예 명칭을 '전략작물 및 논타작물재배지원' 등으로 변경하자는 같은당 이원택 의원은 “농식품부가 하계조사료 지원을 3년간 운영하겠다는 입장인데 윤석열 정부 5년 내내 연장하는 걸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식품부 정경석 축산환경자원과장은 “하계조사료 재배면적은 2만7000ha 규모인데 이번 예산을 통해 제도안착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생산기반 확충이 쉽지 않은데 내년에 국공유지, 하천, 간척지 등을 정비해 확보하고자 관계부처와 논의 중이다. 1000ha 정비에 15억 원 정도면 충분하고, 새만금 등에 조사료를 재배하자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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