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남 여수 ‘쌍둥이농원’ 송수정 대표

버섯-굼벵이-오골계 연계한 농사․체험 인기
시행착오 후 꾸준한 교육 통해 자신감 얻어

“남편만 졸졸 따라다니던 
  농부였지만 이젠 농촌경제와 
  경영의 주역입니다”

송수정(사진 앞)·장택순 부부
송수정(사진 앞)·장택순 부부

전남 여수는 물이 고운 도시라는 뜻. 여수시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반도로 통한다. 겨울엔 북쪽에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영향으로 찬바람이 내려오지 못한다. 1월 평균온도가 부산이랑 맞먹는 1.8°C로 부산만큼 눈이 안 온다. 그래서 서울에서 일상적으로 오는 눈이 폭설로 느껴질 정도. 눈이 5㎝만 내려도 도시 전체가 마비되기 일쑤고 학교는 휴교령을 내리기도 하는 지역이다. 

여수시 만흥동은 여수시 북동쪽 천성산과 마래산의 골짜기 사이에 위치해 서쪽은 봉화산(422m), 남쪽은 마래산(386m)에 둘러싸여 있고, 동쪽은 남해와 접하고 있다.

여수시 만흥동 상촌마을에는 송화버섯, 굼벵이, 오골계 등을 기르며 귀농 10년째를 맞고 있는 송수정 대표(54)의 인생 2막 아지트인 ‘쌍둥이농원’이 유명하다. 모래찜질과 긴 해변으로 잘 알려진 여수 만성리 ‘검은모래해변’에서 만성로길 따라 2㎞ 직선으로 들어오면 ‘쌍둥이농원’을 만날 수 있다. 

귀촌 꿈꾸다 엉겁결에 농부 되다

“고향이 여수예요. 남편(장택순)도 여수입니다. 스물넷에 결혼하고 남편 출근 챙기고 집안 살림만 하면서 살았지요. 농사라는 것은 주말농장 한두 번 해본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나름대로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농부가 됐지요.”

송수정 대표는 어쩌다 농부가 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자신을 평했다. 스물넷에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자식 키우며 20여 년을 주부로 살았다.

“남편은 여천공단 내의 대기업에 다녔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직장생활을 힘들어하더라고요. 어느 날 귀농을 생각해보면 어떠냐고 물어요. 그래서 당신이 좋으면 나는 무조건 좋다고 했지요. 그리고 귀농까지는 아니고, 귀촌 정도의 농지를 알아보고 있는데, 어느 날 지인이 버섯농사를 지어보라고 추천해줬어요. 스트레스도 덜 받고 수익도 괜찮다면서요. 남편이 갑자기 자신이 있었는지 버섯농사로 결정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퇴직금과 1억여 원을 들여서 송화버섯 재배시설을 갖추게 됐지요. 엉겁결에 농부가 된 그때가 생생합니다.”

송 대표는 남편과 함께 600여 평의 버섯하우스를 짓고 나름의 스마트팜 농장을 갖췄다. 그리고 스마트팜 기술이 알아서 많은 것을 다 해줄 줄 알았다. 

“스마트팜 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버섯 따면 되는 줄 알았지요. 천만의 말씀이더라고요. 모든 것이 다 사람 손을 필요로 하는 것이 농사예요. 그리고 처음부터 너무 많은 양을 재배한 것이 실수였습니다. 1000개의 배지에 버섯을 키웠는데 감당할 수가 없었지요. 부부에게 500개 정도면 그나마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실패 통해 농사에 눈뜨다

송 대표 부부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여수시농업기술센터와 전남도농업기술원 등을 찾아다니면서 관련 교육을 빠짐없이 받았다. 도시농업, 강소농, 치유농업 체험 등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실패를 경험하고 나니 농사가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내친김에 버섯과 연계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가 굼벵이를 떠올렸습니다. 버섯을 재배하고 나오는 참나무 톱밥을 이용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바로 2000마리를 분양받았는데, 또 설명을 들은 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우리 부부는 인터넷 자료와 관련 영상으로 공부를 했지요. 그리고 농업기술원에서 곤충 관련한 공부도 했어요. 많이 배우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까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농사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송 대표 부부는 굼벵이 농사가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아가자 버섯과 굼벵이를 재활용하는 새로운 작목으로 오골계를 생각했다.

귀농 10년차...이젠 농사에 자신

“굼벵이는 과일을 주로 먹는데, 알을 낳고 나면 성충은 죽어요. 성충 껍질에는 키토산 성분이 풍부합니다. 솎아내는 송화버섯과 애벌레까지 더하면 닭사료로 그만이지요. 풍부한 버섯 참나무 배지에 굼벵이를 먹으며 자연친화적으로 마당에 방사해서 키우다 보니 입소문이 많이 났어요. 지금은 계란을 찾는 고객이 많이 늘어서 판매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송 대표는 오골계까지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기자 이번에는 이 모든 것들이 순환농업으로 이뤄지는 모습을 체험농장으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당장에 농업기술센터와 전남생명농업대학 등을 찾아 농촌교육농장 과정, 체험학습 교육, 산업곤충 사육관리와 체험 등을 공부했다.

“귀농 10년차가 되다 보니까 어느 정도 농사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버섯수확, 장수풍뎅이, 계란꾸러미, 인삼새싹 등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남편만 졸졸 따라다니는 농부였다면, 지금은 농촌경제와 경영의 주역으로 열심에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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