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작물육종과 하수경 연구사

돌연변이 활용해 가루쌀 소재 개발과 사업화
가공산업 활성화와 쌀 수급 문제 해결에 기여
작은 힘으로도 잘 빻아져 밀가루 대체에 유망

하수경 연구사
하수경 연구사

 

쌀소비 행태 변화로 
가공전용 품종 개발 시급 

“가루쌀(분질미)는 내게 큰 의미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저장성·수량성 등이 개선된 가루쌀로 완성할 계획입니다. 또한 건강기능성이 향상된, 분질배유(종자식물의 씨앗을 구성하는 조직)를 지니는 흑미 계통을 육성해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향후 사업화와 정책사업을 통해 개발된 기술을 농가에 적극 보급하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하수경 연구사(30)는 그동안 벼 돌연변이를 활용해 쌀가루 제조공정이 단축된 가루쌀 소재를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등 쌀 가공산업 활성화와 쌀 수급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연구자다.

하 연구사는 그동안 ‘건식 쌀가루 전용 품종 가루미’ 등 3건의 특허출원과 ‘가루미’와 분질배유 흑미 등 13건의 기술이전 등 이들 품종의 사업화와 홍보에 앞장서 왔다. 그는 이 같은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특허대전 동상(2021), 식량산업기술유공(2021) 등을 수상했다.

“대내외적 여건 변화로 쌀 소비 행태가 가정의 밥상용에서 다양하고 간편한 ‘가공식품’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가공산업에서 쌀은 즉석밥류를 제외하면 대부분 쌀가루로 제분돼 이용됩니다. 하지만 밀과 달리 물성이 단단한 멥쌀을 쌀가루로 유통하기 위해서는 쌀을 불릴 때 발생되는 오폐수 정화와 건조, 살균 등에 비용이 추가로 발생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가공 중간재로서의 가격 경쟁력은 매우 낮습니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것이 분질배유 원천소재인 ‘수원542호’입니다. 수원542호는 돌연변이 처리된 ‘남일’ 벼의 돌연변이 후대계통 중 하나로, 작은 압력으로도 쉽게 분쇄되는 ‘분질배유’를 지녀 밀 제분기 등 건식제분 설비로도 고품질 쌀가루 생산이 가능합니다.”

돌연변이 통해 가루쌀 소재 개발

하 연구사와 동료들은 이 밖에도 분질배유 특성을 지배하는 유전자도 규명해냈다. 분질배유 원천소재인 ‘수원542호’와 평야지 적응 복합저항성 조생벼 품종인 ‘조평’을 교배한 후대로부터 재배 안정성이 향상된 ‘바로미2’를 개발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7년까지 가루쌀로 연간 밀가루 수요(약 200만 톤)의 10%(20만 톤)를 대체해 밀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쌀 수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안정적 가루쌀 원료 공급체계 마련, 산업화 지원, 쌀 가공식품 소비 기반 확대를 3대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했는데, 이 정책의 핵심 기반으로 ‘바로미2’를 주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바로미2’는 전분립이 성글게 배열돼 배유가 불투명하고 딱딱하지 않습니다. 일반 멥쌀의 경도(딱딱한 정도)가 8~9㎏ 정도인데, ‘바로미2’는 2.9㎏입니다. 작은 힘으로 쉽게 빻을 수 있는 ‘분질배유’가 단 하나의 열성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되며, 교배를 통해 타 품종으로 해당 유전자를 이전했을 때 유전적 배경에 상관없이 ‘분질배유’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분질배유’를 지니는 식물체로 ‘바로미2’의 교배모본인 ‘수원542호’가 돌연변이 육종으로 최초 확인된 후에 체계적인 유전연구를 통해 타 품종들과 비교한 결과, ‘수원542호’에서만 확인되는 단일염기다형성(DNA 염기서열 부분 개체에서 변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바로미2’는 ‘수원542호’보다 병에 강하고 수발아 발생이 줄어드는 등 재배 안정성이 대폭 향상됐습니다. 또 만기재배 시 생육이 양호해 타 작물과의 돌려짓기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일반 마찰식 정미기를 이용한 백미 가공에도 무리가 없어 소규모 업체가 보유한 다양한 제분기로도 쌀가루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건식제분 가능해 비용 50% 절감

‘바로미2’는 이 밖에도 저탄소 농업으로도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생육기간이 짧아 이모작, 만기재배 적응품종으로 논 탄소중립 실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식제분이 가능해 기존 습식 쌀가루 제분에 비해 추가로 투입되는 에너지(건조, 살균, 정화 등) 비용을 50% 이상 저감할 수 있다.

“‘가루미2’는 가루 입자 크기가 작고, 손상전분이 적어 제빵에서 밀가루 대체가 유망합니다. 또한 발효 속도가 빨라 주류와 발효떡에도 활용성이 높지요. ‘바로미2’는 현재 생산 8개, 제분 2개, 가공 11개(생산, 가공 겸업 2개) 등 총 19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바로미2’는 2모작에 적합하고, 농작업 시간 확보가 충분해 재배 현장의 반응이 긍정적입니다. 농가소득 또한 관행농가보다 약 10%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바로미2’를 활용한 제과, 제빵, 주류 등 다양한 가공제품이 개발됐는데, 대표적으로 스타벅스 유기농 쌀카스텔라를 들 수 있습니다. ‘바로미2’ 활용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바로 가는 가루미’라는 상표도 등록해 브랜드 기반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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