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남 나주 ‘루루 블루베리’ 농장 오지빈 대표

(사진 오른쪽부터)오지빈·이만열 부부
(사진 오른쪽부터)오지빈·이만열 부부

 

귀농 3년차, 지금도 베테랑 농가에게 배우는 중
블루베리 등 4개 작목 교차재배로 연중생산
귀농과 체험 등 전문강사로 매일이 바빠

나주시는 전라도의 전주와 나주로 대표되는 호남의 대표적 도시다. 영산강이 시내를 관통하고, 북쪽으로 광주광역시와 접한다. 광주와 붙어있어 광주의 위성도시로도 인식되는 도시다. 나주는 70% 이상이 평야 지대로, 호남의 대표적 평야인 나주평야로도 유명하다.

나주시 다시면은 영산강을 중심지역으로 산과 들이 잘 어우러진 고장으로 이름이 있다. 비옥한 옥토가 있어 쌀과 열무 등은 궁중에 진상됐다. 

다시면에서 영산로를 따라가다 비교적 산림이 우거진 신광로 길로 돌아들면 산자락 입구에 고즈넉하게 들어앉은 블루베리하우스가 햇살이 반사돼 물결처럼 하얗게 일렁인다. 귀농 3년 차를 맞는 오지빈 대표(여·55)의 ‘루루 블루베리 농장’이다. ‘루루’ 농장은 1만3200㎡(4천여 평)로 블루베리와 골드키위 그리고 마늘, 참깨, 들깨, 팥 등이 가득 자리하고 있다.

“농장이 저한테는 집이고 세상입니다. 지금은 이 농장을 떠나서 다른 것은 생각할 수가 없어요. 농장 일이 힘들 때도 많지만 어찌 보면 운명처럼 내게로 왔다는 생각입니다. 농장에서 이일 저일 찾아서 하다 보니까 제법 일거리가 많아요. 요즘에는 체험학습에도 신경 쓰다 보니 잡념이 있을 겨를이 없습니다.”

오지빈 대표는 고향이 서울이다. 조금은 이른 나이인 스물다섯에 결혼해 남편 이만열씨(55)를 따라 광주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곧바로 아이를 갖다 보니까 남편이 하자는 대로 했지요. 광주에서 고향처럼 30년을 살았습니다. 아이가 조금씩 크면서 직장생활을 이것저것 했어요. 동시에 공예작가로서도, 전문 강사로서도 활동하고 그러면서 아이들 키워냈지요.”

오지빈 대표는 간호학도 전공했고 더 공부해 관광중국어도 전공했다. 그러면서 여행사와 공예작가로서 광주에서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저도 그렇고 남편은 제조업을 하고 있었는데 불경기를 조금 탔지요.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사업이 많이 힘들어졌어요. 그때부터 귀농이라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오 대표는 귀농을 머리에 담으면서 광주, 전남지역을 1년 동안 돌면서 귀농 터전을 틈나는 대로 찾았다. 

“귀농지역을 정할 때 원칙을 세웠어요. 물 좋고 산 좋고 주변에 묘지와 축사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의 블루베리 농가를 만났는데, 밭을 내놨다는 거예요. 그래서 귀가 솔깃했지요. 이것저것 세심하게 물었고, 남편과 상의해서 구매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서를 달았지요. 1년 동안 블루베리 노하우를 전수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1년을 밭 주인에게 블루베리 재배 교육을 꼼꼼히 받았습니다.”

오 대표는 그때부터가 고생길의 시작이었단다. 당장 집을 마땅하게 구할 데도 없고 그렇다고 밭을 구매했는데 농사를 안 지을 수도 없었다.

“우선 급한 데로 농장 한쪽에 간단하게 농막을 짓고 생활하면서 농사를 이어가기로 했지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이제 귀농 3년차가 됐네요. 농막에서 생활하다 보니 다른 곳에 주택이 있어서 출퇴근하는 것보다는 직접 이곳에 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농사일이 한가할 때마다 농막 옆에다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완성은 됐지만 지금도 여전히 집 짓는 일은 진행 중입니다. 시골의 집이라는 것이 필요에 따라서 조금씩 늘려갈 것들이 많습니다.”

오 대표의 ‘루루 블루베리 농장’은 블루베리, 골드키위, 마늘, 깨, 팥 등 4개 작목이 사계절을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농한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교차재배인 셈이다.

“블루베리 농사는 가지를 지탱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지가 길고 가늘어서 알이 커지면 잘 처지거든요. 이를 고정하기 위해 지주대를 설치하지요. 또 블루베리는 산성토에서 잘 자랍니다. 그래서 작게 자른 나무를 배합해서 만든 ‘피트모스’라는 흙을 사용하는데, 저는 부엽토와 더불어서 낙엽이나 주변의 건강한 거름들을 함께 씁니다. 블루베리가 끝나면 깨를 심고, 또 마늘도 심고 그러지요.”

오 대표는 현재 나주시귀농귀촌협의회 사무국장을 비롯해 지역예술가회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와 지자체에서 마련하는 다양한 농사 관련 교육도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다.

“농사는 지을수록 어려워요. 경험이 많이 축적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도 작목반과 지역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어림도 없어요. 농사는 농사만 지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와 끊임없는 교육이 함께해야 수확과 판매와 힐링이라는 결실을 이뤄낼 수가 있습니다.”

오 대표는 최근 체험장 운영에 깊이 빠져있다. 주변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물고기잡이 등부터 오 대표의 전공인 공예품만들기, 블루베리, 키위 수확체험과 주스 만들기 등 다방면으로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체험농장을 올해는 농장 터도 조금 넓히고, 체험공간을 더 확대해서 모두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힐링농장으로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농사는 적성에도 어느 정도 맞아야 하는 것 같아요. 즐겁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 농사라는 것을 매일 깨닫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