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55)

지금 이 지구상의 세계인구는, 대략 79억 8100여만 명이다. 그리고 하루 평균 25만 명이 새로 태어나고, 15만9800명 정도가 매일 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한 해 사망자 수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사람이 죽으면, 나라별, 종족별 문화 종교 차이에 따라 장례방식이 각각 다르다.

전통 유교문화가 지배해 왔던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동안 시신을 땅에 묻는 매장이 전통장례방식으로 굳어져 있었다.

그러다 2005년 이후 화장이 매장을 추월하고, 지난해에는 화장률이 90%를 넘어섰다.이에 따라 장의사가 호황을 누리는 직종으로 부각됐다.

# 최근 미국에서는 전통 매장, 화장이 아니라, 시신을 ‘거름용 흙’으로 만들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퇴비장’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 퇴비장은, 지난 2019년 워싱턴주를 시작으로 오리건, 콜로라도, 버몬트주, 뉴욕주,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 최대 주인 캘리포니아주가 인간 시신을 거름용 흙으로 만드는 퇴비장 법안을 통과시켰다. 시행은 2027년부터다.

시신을 특별히 제작된 철제 용기에 담아 그 위에 풀과 꽃, 나뭇조각, 짚 등 생분해 재료를 섞어 최소 6주(42일)~최대 8주(56일)까지 바람을 통하게 방치해 미생물이 시신을 ‘퇴비처럼’ 자연분해 시키도록 하는 방식이다. 비용은 4천~7천 달러(한화 약 560만 원~980만 원)여서 매장에 드는 비용보다는 싸고, 화장보다는 비싸다.

이렇게 일단 퇴비장을 치르고 나면, 유족들은 고인이 농사짓던 땅에 이 퇴비를 뿌리거나, 나무나 꽃을 심은 다음 거름으로 주고, 환경단체에 기부하기도 한다.

퇴비장은 매장이나 화장에 따른 환경오염을 최대한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장례방식의 하나로 떠올랐다.

# 세계에는 다양한 민족, 종족 수만큼이나 장례방식도 꽤나 다양하다. 시신을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뿌리는 방식인 수목장은, 친환경 장묘문화 확산으로 이미 보편화 돼 있다.

종교에 따라서도 장례방식이 사뭇 다르다. 유교는 매장, 불교는 ‘다비식’이라는 화장, 고대 페르시아 종교로 불을 숭배하는 ‘배화교’인 조로아스터교, 티베트 고산지대 원주민은, 시신을 높은 산간에 버리듯 놓아둬 날짐승이나 들짐승들이 먹이로 거두게 하는 풍장(風葬)과 조장(鳥葬)을 지낸다.

그런가 하면, 오세아니아-파푸아뉴기니 원시부족들은 시신을 가족들이 나눠먹는 식인장례, 화장한 뼛가루를 우주로켓에 실어 우주공간으로 쏘아보내는 우주장도 있다.

중국은 인구가 많아 땅에 반듯하게 눕혀서 매장하는 것을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이유로 금지시키고, 관을 최소한의 공간에 세워서 묻는 직립매장이나, 수장, 화장, 그리고 시신을 액화질소로 급속냉동시켜 잘게 부순 다음 수분 제거 후 관에 넣어 매장하는, 이른바 동결건조법을 이용한 빙장(氷葬)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니...

장례방식도 과학발달의 덕을 보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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