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 귀농갈등 에세이 저자 충북 괴산 조금숙·선무영씨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는 10년 전 충북 괴산에 귀농한 엄마가 도시에서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던 아들이 귀농을 선언하면서 나눈 편지를 엮은 책이다.

조금숙(문광면생활개선회 전 회장)씨는 아들 선무영(33)씨의 귀농 결심을 처음에는 뜯어말렸다. 두 사람의 견해 차이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좁혀졌고, 현재 아들은 3일은 도시에, 3일은 농촌에 거주하면서 내년에 완전 귀농을 꿈꾸며 아내와 지낼 농가를 알아보고 있다.

귀농 갈등을 편지를 주고받으며 풀어낸 책을 함께 보고 있는 조금숙·선무영 모자(母子).
귀농 갈등을 편지를 주고받으며 풀어낸 책을 함께 보고 있는 조금숙·선무영 모자(母子).

귀농 말리다 출판한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아들, ‘찐촌바이브’ 브랜딩해 청년농 정착 도울 터

귀농편지 책으로 엮어
조금숙씨도 귀농했다. 도시에서 생협 활동을 하다가 농촌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귀농하고 안팎으로 사회활동에 열심히 나섰다고 한다. 생활개선회 활동은 괴산군 읍면에서 다양한 농사수완을 가진 농업인들과 정보 교류하는 소통의 장이 됐다. 당시 아로니아 붐에 가세해 5950㎡(1800평) 농지에 유기농 아로니아를 재배했다. 내년부터는 밭작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봄부터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에 출품할 농산물을 준비했어요. 30대 일하는 여성을 타깃으로 건나물로 간편하게 영양밥을 먹을 수 있도록 봄부터 명아주, 비름, 고춧잎을 순만 채취해 말렸죠. 앞으로 나물을 유기 재배해 밭을 일궈볼 생각이에요.”

조금숙씨는 평소 글쓰기와 편지쓰기를 좋아해 글쓰기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부업을 했다고 한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성평등 강사로 활동도 했다. 우연히 한겨레신문에서 칼럼니스트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아들 선무영씨와 나눈 편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칼럼을 응모했다. 작년 4~12월까지 9개월 동안 신문에 게재했다.

“기간을 20주로 기획해 응모했는데, 기고 한 달 만에 한겨레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지난 8월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초판을 찍었죠.”

책에는 지역신문에 기고한 조금숙씨의 귀농일기와 남편과 딸의 편지, 선무영씨의 아내 편지를 추가해 272쪽 분량으로 읽을거리를 더했다. 이 책은 귀농에 대한 도시민들의 관심을 입증하듯 알라딘 서간/일기 에세이 부문 주간 10위에 올랐다.

중소농 맞춤 솔루션 제시할 터
아들 선무영씨는 부모님의 올곧은 유기재배 의지를 잇고 싶다는 포부다.

“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어머니가 학문 속에서 배우고 있는 브랜딩을 농촌에서 직접 하고 있었어요. 농장에서 농산물을 브랜드화 하는 것도 재밌는 사업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조금숙씨는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아로니아 가루, 아로니아 청 등 가공식품 개발과 농촌체험학습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 모친을 보면서 선무영씨는 사회 첫 발을 회사에서 봉급을 받기보다, 자신의 사업을 꾸려나가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다고 한다.

소농이어도 농촌에서 편하고 재밌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소농민 스타트업’으로 귀농계획을 구상해나가고 있었다.

“농촌에 와서 오랜 경력의 농업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땅한 농업솔루션이 없어 어려워하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일손이 부족하고 해야 할 일 많은 농촌이지만 이와 별개로 인재가 없어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죠.”

선무영씨는 주변의 대농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체력이 고갈되고, 농지를 줄여 휴경지가 되어가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내년 완전 귀농을 계획하는 아들 선무영씨가 텃밭에서 유기재배한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내년 완전 귀농을 계획하는 아들 선무영씨가 텃밭에서 유기재배한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반농반X’ 공식을 세웠어요. 하루에 4시간씩 농사짓고, 나머지 시간에는 무언가 딴 일을 해요. 뭘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보고, 그렇게 다양한 일에 도전해보고 있죠. 주체적인 삶을 제시하고 가능성을 열면 농촌에서도 재밌게 살 수 있어요. 이를 안팎으로 보여주는 사업이 ‘소농민 스타트업’입니다.”

선 씨는 최근 ‘찐촌바이브’ 브랜드를 정식 등록했다. 씨앗키트를 개발해 도시농업에 초점을 두고 베란다텃밭을 일구는 도시민 등에게 판매할 목적이다. 내년에는 농지에 시설하우스를 짓는다고 했다.

조금숙씨 가정의 농촌사랑은 집안내력처럼 확산되고 있었다. 조 씨의 딸과 사위도 귀농을 결심했다고 한다.

“농촌에서 함께 사는 방법을 가족들에게 먼저 전파하고 있어요. 소농민 스타트업의 시작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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