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생 의견 반영 못하는 교육과정·청년보금자리 조성도 차일피일 늦어져

경남 밀양의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완공도 전에 각종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경남 밀양의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완공도 전에 각종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임천리의 약 22ha에 조성되고 있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완공도 하기 전에 교육과정과 주거, 기업유치 등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향후 부실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첨단농업의 거점이자 청년창업과 연관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임대농장, 창업보육센터, 실증단지 등을 기본으로 하며 정주여건을 대폭 개선해 스마트농업의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1차로 경북 상주와 전북 김제에 조성이 시작됐고, 밀양은 전남 고흥과 후발주자로 선정됐다.

밀양은 국비와 도비를 합쳐 당초 876억 원을 투입해 나노기술을 활용한 수출주도형 스마트팜 혁신밸리라는 비전으로 첫 삽을 떴고, 지금까지 28억 원이 더 들어간 904억 원이 투입됐지만 완공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처음 선정됐을 때 완공목표는 올해 상반기였다. 이후 10월로 미뤄졌고, 정식 완공식은 다시 12월에 하기로 했다. 계획한 대로 모든 시설이 다 지어지려면 최소한 내년 상반기는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완공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농식품부 담당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자재 수급이 어려워지고 인건비가 오르며 완공이 늦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육과정에 불만족하는 보육생
스마트팜 혁신밸리 핵심은 청년창업보육생이다. 밀양은 다른 혁신밸리와 마찬가지로 2개월의 입문과정, 선도농가와 실습온실에서 6개월간 교육형 실습, 파프리카·딸기·오이 중 한 작목을 선택해 12개월 동안 본인이 직접 경영할 수 있도록 한 경영형 실습 등 총 20개월의 보육과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그중 교육형 실습은 농업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미리 접해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그렇지만 보육생들은 자신들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기 보육생인 A씨는 “교육장에서 배우는 것과 농장에서 배우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혁신밸리는 호텔로 치면 스위트룸이다. 모든 게 갖춰져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가 꾸릴 농장은 여기보다 뒤떨어질 수밖에 없어 농장에서의 실습이 중요하다. 1기 때는 농장에서 사소한 것까지 배웠지만 다음 기수부터는 그런 기회가 없어졌다. 선진농가에서 배울 수 있도록 건의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밀양에 실력을 갖춘 농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후배들은 소중한 기회를 얻지 못해 안타깝다”며 토로했다.

기업 유치도 더뎌
청년농업인 육성 이외에도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전후방산업의 동반성장을 ICT 기반의 농산업 클러스터를 지향하고 있다. 밀양은 나노 국가산단이 인접해 이를 접목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선정 당시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실증단지에 입주할 기업을 대상으로 유치 설명회를 올 2월에 했지만 완공이 미뤄지며 아직 공고조차 못 내고 있다. 그렇다고 원래 제시한 나노밸리라는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기업을 유치하고, 어떻게 연계해 시너지를 낼 것인지 구체적 계획안도 나와 있지 않다. 성패를 좌우할 기업 유치가 늦어지면 결국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조성한 혁신밸리가 반쪽짜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상주는 밀양보다 먼저 조성돼 기업 유치가 빨리 진척된 면이 있지만 실증단지에 19개 업체가 입주신청을 마쳤으며,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위탁 운영하며 전문성을 더한 것과 대비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경상남도농업인력자원관리원 관계자는 기업들이 입주할 실증단지 조성이 늦어져 유치에 속도가 아직 안 나고 있다면서, 모든 시설이 완비되면 입주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주거공간도 해결 안돼
농식품부가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소개하는 홈페이지에는 주거공간을 구축해 청년농업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밀양은 현실과 달랐다.

2기 보육생인 B씨는 “월 20만 원을 내면 지낼 수 있는 기숙사가 있지만 주말에는 나가야 하는 규정 등 몇 가지 제약요건이 있어 도심에 원룸을 얻었다. 밀양에 연고가 없어 월세로 47만 원을 내는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집 때문이라도 고향에 농장을 지을 생각도 갖고 있다”면서 보육과정이 끝나면 이곳을 떠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경남도는 2019년 선정 직후 보도자료에 농촌형 청년보금자리를 조성하겠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청년보금자리 대신 현재 기숙사를 마련해 보육생들의 주거를 해결하고 있다. 이곳의 주거환경은 결코 보육생들이 만족스러워하는 수준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경상남도농업인력자원관리원 관계자는 “혁신밸리 근처에 LH와 보금자리를 짓기 위해 논의했지만 이견이 있어 아직 계획은 정확히 잡질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문제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부처 소관이 아니고 지자체가 해결해야 할 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농식품부와 농업인력자원관리원 모두가 주거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보육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비로 월세를 부담하고 있는 처지다. 최근 몇 년간 도시에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청년 중 상당수가 주거를 귀농귀촌의 선택이유로 꼽고 있는 현실에서 이 문제 해소 없이는 영구적인 정착을 유도하기 힘들 수 있단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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