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시 기능강화에 역행 가능성도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국가물관리위원회 역할과 방향성을 점검하는 자리가 열렸다. 사진은 국가물관리위원회 배덕효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국가물관리위원회 역할과 방향성을 점검하는 자리가 열렸다. 사진은 국가물관리위원회 배덕효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국가 물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출범한 국가물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상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위원회 소속을 대통령에서 국무총리로 변경하는 물관리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 제출 배경은 정부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식물위원회 청산을 명분으로 대통령 소속 위원회 22개 중 3분의 2를 줄이고자 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주관부처인 환경부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된다 해도 실질적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물 사용량의 42%를 농업용으로 쓰이고 있고, 물관리기본법에서 규정한 이용자의 폭넓은 참여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1기 위원회에 농업인이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농업계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던 터라 이번 국무총리 소속 변경을 우려하는 시선은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2기 위원회 구성도 지체되고 있다. 위원회는 정부위원장인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수장을 맡는 구조다. 정부위원으로는 농업계 몫으로 농식품부를 비롯해 산림청장과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포함돼 총 14명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장인 배덕효 위원장이 지난 8월 수장자리에 올랐지만 13명으로 정해져 있는 민간위원 중 현재 8명만 위촉돼 있다. 농업계 인사를 배치하는 문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위원회 소속 변경, 신중 기해야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미래기후환경포럼 주최로 기후위기시대에 물관리 대책과 물관리위원회 역할을 조명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곧 구성될 2기 위원회가 법 개정을 통한 위상을 정립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1기 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건국대학교 김성준 교수는 사무국을 별도로 설치하는 등의 체계를 확립하고 그에 따른 예산 편성, 권한과 효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위원회는 물관련 국가 최고의 의사결정기구로 기본계획과 물분쟁 조정, 주요정책과 현안 심의와 의결이 가능하고 분과로 계획분과, 물분쟁조정분과, 정책분과를 두고 있으며, 민간위원으로 최대 30명을 둘 수 있도록 했는데 농업인과 농민단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위원회가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할 경우 물관련 타위원회와 충돌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현재 대통령 소속인 위원회가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되면 대통령 소속의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안전관리위원회와 역할이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범정부 부처간 협업을 위한 제도와 조직의 정비가 필요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연계를 위한 국가위원회와 유역위원회 역할의 재조정도 강조했다.

위원회 기능강화에 역행
공주대학교 오정례 연구교수는 정부가 비효율적인 위원회 통폐합 대상으로 위원회를 지목하면서 2기 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구성과 역할, 운영에 대해 재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교수는 “20대 국회에서 20여년 간 지속된 물관리 체계 논의가 일단락되며 물관리 주무부처가 확립되고 통합물관리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1기 위원회 활동보고서에서 민간 사무국 구성, 분쟁조정기능 부여 등의 기능강화를 강조했지만 소속 변경은 이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농업과 방재, 에너지, 토지이용 등 물과 밀접하게 관련된 업무를 통합 조정하기 위한 위원회 역할 조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진수 입법조사관은 위원회가 4대강살리기 사업 이후 다기능보 운영에 대한 논의, 물분쟁 조정실적, 위원회 일원화를 위한 후속 입법 논의 등을 살펴봤을 때 성과가 높다고 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 조사관은 “위원회가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물리적 합일에 그쳤다는 지적이 있다”며 “실제 물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지자체 부담을 경감시키는 법 개정과 위원회 전문성을 강화하고 업무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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