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 태권V’ 김 청 기 감독

 

‘태권브이’는 자식과 공유하는 문화코드
54m 높이 태권브이 테마파크 조성 예정
시공 초월한 영원불멸 작품 남기는게 꿈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1976년 7월24일, 개봉과 함께 우리 어린이들의 폭발적 인기를 모으며 대표적인 영웅캐릭터로 각인된 김청기 감독(71)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는 21세기에 들어 새로운 ‘부활과 진화’를 거듭해 왔다. 당시 김형배 화백이 그렸던 출판만화가 복간됐고(2002년), 영영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극장용 필름이 영화진흥위원회 창고에서 발견돼(2003년) 르네상스의 전기가 마련됐다. 2007년에는 디지털복원 작업을 거친 옛 만화영화가 재개봉돼 30여년 전, 정의의 무쇠주먹 영웅에 열광했던 30~40대 관객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다시 극장을 찾아 관객수 75만명에 한국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순위 1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트랜스포머’와 같은 새로운 실사영화 ‘로보트 태권브이’가 내년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는가 하면, 팔·다리·관절의 위치를 모두 바꿔 태권도 동작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20㎝ 크기의 ‘풀 액션 피규어(full action figure)’ 모형장난감 로보트 태권브이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예약판매되고 있다. 왜 이토록 옛 로봇 캐릭터가 오랜 세월동안 세대를 넘나들며 한국인의 가슴을 뛰게 하는 아이콘으로 남아 있는 것일까? 김청기 감독을 만나 그 얘기를 들어본다.

30여년 만에 ‘로보트 태권브이’가 복원돼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소감은 어떠십니까? 혹 아쉬움은 없으십니까?
- 다시 복원된 건 내겐 큰 영광이지. 그 당시에는 기술, 시간, 제작비 등 모든 것이 열악하기 짝이 없어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어.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오직 월트 디즈니를 꿈꾸며 열정 하나만으로 일했지.

 

로보트 태권브이 액션피규어

 

인기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아이들의 정서나 심성은 세월이 가도, 세대가 바뀌어도 똑같다고 봐. 부모들도 공감할 수 있는 얘기이자 캐릭터였기 때문이 아닌가 해. 말하자면 ‘로보트 태권브이’는 자식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코드가 아니었나 싶어.

다시 리메이크 할 계획은 없습니까?
- 물론 요즘 기술이 뛰어나 디지털화 할 계획을 갖고 있어. 향후 2~3년에 한편씩 제작해 내놓을 예정이야. 신씨네라는 제작회사에서 기술과 자본을 투자해 제작에 들어가 있고, 태권무용을 가미한 뮤지컬도 곧 선보일 거고….

그 외에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 로보트 태권브이 테마파크를 조성할 예정이야. 태권브이와 같은 크기인 54미터 높이의 태권브이 로봇을 만들어 그 안에 전망대, 체험관, 놀이시설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밀 것인데, 부지 물색에 들어가 있지.

애초에 로보트 태권브이를 구성, 제작하시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 만화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게 내 오랜 꿈이었지. 그 무렵 일본만화영화 ‘마징가제트’가 국내에 들어와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우리 시장을 다 빼앗길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꼈어. 그래서 CF일을 하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스타일의 로봇영화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한 것이 우리 무술 태권도를 접목시킨 인간형 로봇 태권브이를 만들게 된 것이지.

선생님께서는 혹 태권도를 연마하신 적 있으신가요?
- 아니, 난 태권도 못해. 하하…(태권브이는 태권도 공인 3단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제작비는 어땠나요?
- 그 당시 돈으로 약 5,400만원 정도가 들어갔지. 그때 극영화 한편 제작비가 3,800만원 정도였고, 내가 당시 살던 집값이 1,800만원 정도였으니 그에 비하면 엄청난 돈이라고 봐야지. 제작비에 비례해 개봉 때 입장료가 500원이었는데, 요즘 말로 대박이 나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

태권브이가 거듭거듭 진화해 간다면 문화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컴퓨터 게임에 맛들인 요즘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아 올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애니메이션은 실사 이상의 동작과 사실감을 구현할 수 있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다고 생각하지. 컨소시엄도 돼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앞으로 만화영화라고 해서 꼭 아이들 눈높이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봐. 다만 관객층이 다양해지고 두터워진 것을 고려해 부모와 자식이 함께 볼 수 있는 내용의 가족영화를 만들면 충분히 관객과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 해. 우리의 제작기술은 외국에서도 인정을 하고 있는 마당이니 그런 면에서 로봇 태권브이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이제는 연세로 봐서 정리할 시점이 아닌가요?
- 그렇지. 마무리 단계라고 봐. 앞으로 제작되는 태권브이에 손대면 안돼. 젊은 층에 맡겨야지. 내 구상은 따로 있어. 요즘 아이들이 너무 일본 것을 답습하고 그것에만 빠져 있는 것이 가슴 아파 우리 것을 찾게 하고 싶지. 서양식을 모방만 하다보면 3류 밖에 안돼. 참된 우리 것이 곧 세계1류가 될 수 있는 거야. 우리 것이라고 다 형편없고 실패하는 것은 아니지. 왜 실패하겠어? 재미가 없기 때문이야. 우리 한국사람만이 갖는 감성과 가치를 찾아야 해. 지난 역사를 가지고도 영화를 통해 미래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 첫 작품은 첫아들 같아서 설렘과 기대가 크게 마련이지. 또 그런 것이 담보돼야 하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는 ‘로보트 태권브이’(3편)를 들 수 있고, ‘우뢰매’ ‘똘이장군’ ‘썬더브이’ ‘수퍼홍길동’ 등도 성공한 작품들이지.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으신가요?
- 내 장기는 SF적인 판타지 세계를 그리는 것이지. 현대는 인간지능을 가진 로봇시대잖아. 이러한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쓰임새 있는 로봇을 그려가는 작품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 2011년 즈음에나….

평소 영화나 TV드라마는 자주 보십니까?
- 영화는 그때그때 자주 보는 편이지. TV드라마는 시청률이 높다는 것 위주로 봐. 다 공부가 되거든. 작품 구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앞에서 월트 디즈니를 꿈꿔왔다고 하셨는데, 디즈니의 무엇을 닮고 싶으신 건가요?
- 난 작품 하나하나 보다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왕국이라는 게 부럽기만 하지. 몇 세기가 가도 변함없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충격이자 놀라움이고, 내가 배워가고 싶은 길이지. 전 세계 누구나가 공감하며 열광하는 영원불멸의 작품을 하나 가질 수 있다면 여한 없을거야. 그럴려면 앞으로 더 건강해야겠지…?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더 건강하십시오. 로보트 태권브이 테마파크가 완성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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