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아프리카의 원시부족 중에 특이한 방법으로 원숭이 사냥을 하는 종족이 있다. 이들은 편 손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한 가죽주머니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넣어 원숭이가 나다니는 길목의 나무에 매달아 둔다. 이윽고 바나나 냄새를 맡은 원숭이가 가죽주머니에 손을 넣어 바나나를 움켜쥐고 손을 빼려 하지만 먹이를 꽉 움켜쥔 손이 빠질 리 없다. 이때 재빨리 원숭이를 낚아챈다. 말하자면 제 먹이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 원숭이의 식탐을 이용한 절묘한 사냥법이다.

조선조 말의 익살꾼 정수동(鄭壽銅,1808~1858)은 당시의 세도대신 김흥근과 각별한 친분이 있었다. 김흥근은 재기가 뛰어나고 속되지 않은 품성을 지닌 정수동을 크게 신뢰해 특별히 대우했고, 정수동 또한 자신을 알아주는 김흥근이 고마워 자주 김대감집을 찾았다. 이 무렵 김흥근은 받아서는 안 되는 돈 2만냥을 어떤 사람에게서 받은 일로 하여 세간의 비난을 적잖이 받고 있었다. 정수동이 이 소문을 듣고 김흥근에게 넌지시 그 잘못을 일러주어 깨우치게 할 요량으로 어느 날 이른 아침 김대감 집을 찾아갔다.

이때, 행랑채에서 계집하인 하나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면서 정수동에게 말했다.
“지금 세살된 제 자식이 돈을 가지고 놀다가 목구멍으로 넘어갔으니 이를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먹은 돈을 꺼내지 않으면 죽겠지요?”
하면서 불안 가득한 얼굴로 발만 동동 구르는데, 정수동이 태연하게 물었다.
“네 아이가 먹은 돈이 제 돈을 먹은 것이냐, 아니면 남의 돈을 먹은 것이냐?”
“그야 제 돈이죠.”
“그럼 한 푼을 먹었느냐, 여러 푼을 먹었느냐?”
“동전 한 푼을 먹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정수동이 껄껄 웃으며 계집하인에게 말했다.
“아무 걱정 말고 가만히 내버려 두어라. 요즘 세상에는 부당하게 남의 돈 2만냥을 먹고도 죽기는커녕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도 있는데 그까짓 제돈 한 푼 먹었다고 무슨 일 있겠느냐?”
이때 김흥근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밖에서 정수동과 계집하인이 주고받는 말을 귀담아 듣고는 크게 뉘우쳐 돈 2만냥을 되돌려 주었다.
요즘 거금의 뇌물을 먹은 전직 대통령 일가의 줄소환으로 나라 안이 시끄럽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전화해 가져오라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 5년간 ‘봉황으로 모신 분’이 먹이를 탐하는데 급급했던 멧새 꼴이라니 가슴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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