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대장정> 한식의 계승과 세계화 Ⅲ - 한식의 뿌리를 찾아 (43)

■  <식품대장정>  한식의 계승과 세계화 Ⅲ
    한식의 뿌리를 찾아 (43) - 전통향토음식

  

<왼쪽부터 진주비빔밥, 진주냉면>

 

진주의 맛과 멋…진주비빔밥과 진주냉면

 

진주는 따뜻하고 건조한 분지라는 지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 옛날부터 발효식품인 장류가 잘 발달된 고장으로 음식맛은 조금 짠편이다. 게다가 살림살이에 여유가 있는 사대부들이 많이 살아 특유의 향토음식이 발달했는데, 그 대표음식이 진주비빔밥과 진주냉면이다.

‘진주는 지리산 동쪽에 있는 큰 고을로 장상(將相)이 될만한 인재가 많이 나온다. 땅이 비옥하고 경치가 좋아 사대부들은 부유한 살림을 자랑하고, 가옥과 정자 꾸미기를 좋아한다. 비록 벼슬은 못해도 유유자적하는 공자(公子)라는 말을 듣는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지리학자 이중환(李重煥,1690~1756)이 쓴 지리서 <택리지>에서 진주지방을 묘사한 것이다. 음식문화는 생활문화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 지방 전래의 생활상을 살피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진주에서 멋과 맛을 한껏 낸 비빔밥과 냉면이 전통향토음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도 그런데서 연유한 것이다.

사골육수로 밥 짓는 ‘진주비빔밥’
비빔밥 하면 으레 전주비빔밥을 떠올리지만, 진주비빔밥도 그에 못지않은 특색을 지닌 향토음식이다.
진주비빔밥은 먼저 이 지역에서 나는 좋은 쌀과 사골을 푹 우려낸 육수국물을 전통무쇠솥에 앉히고 장작불로 밥을 짓는다. 놋그릇에 담은 밥 위에는 숙주·고추·근대나물 등 이 지방에서 계절에 따라 나는 신선한 나물을 익혀 무쳐서 꽃모양으로 얹는다. 예전에 진주비빔밥을 꽃밥, 혹은 칠보화반이라고 따로 부른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그 다음에 육회를 만들어 얹는데, 고기는 한우의 볼기살인 우둔육과 가슴살인 업진육을 얇고 가늘게 썬다. 그 위에 참기름을 몇방울 떨어뜨려 마무리 한다.
그리고 살코기와 선지, 간, 허파, 천엽, 내장을 푹 곤 국물에 작고 도톰하게 썬 무와 콩나물, 대파를 넣어 끓인 선지국과 보탕국을 함께 상에 올린다.
이 진주비빔밥은 채소와 육류, 유지류가 절묘하게 배합돼 조화를 이룬 균형잡힌 일품의 간편 영양식인데, 최근에는 고명에 쓰이는 나물류가 요즘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퓨전화 하는 경향이 짙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진주시에서는 매년 5월 진주성 일원에서 진주비빔밥축제를 열고 음식전시회도 가져가며 전통의 맛 지키기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해물육수로 맛내는 ‘진주냉면’
진주냉면은 6·25 전쟁 후 한때 사라졌다가 10여년 전에 한 식문화연구가에 의해 재현돼 본래의 맛을 살려가고 있다.
본래 진주냉면은 평양냉면과 더불어 냉면 중에서는 으뜸으로 정평이 나 있었던 겨울철 야참음식이었다. 평양냉면은 메밀가루에 감자전분을 섞고 꿩고기나 쇠고기 육수와 동치미국물을 차게 해서 동치무채, 돼지고기 편육, 배채, 완숙된 달걀 반쪽을 고명으로 얹는다.
그에 반해 진주냉면은 메밀가루에 고구마전분을 섞어 반죽해 면발을 뽑고, 멸치와 바지락(이 지역에서는 ‘개발’이라고 부른다), 마른홍합, 해삼, 전복, 석이버섯 등을 넣고 해물육수를 만든다. 이때 어패류의 비린내 등 잡내를 없애기 위해 무쇠를 불에 벌겋게 달궈 끓는 육수통에 넣어 고온순간가열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특색이 있다.
그런 다음 해물육수를 차게 해서 면에 붓고, 그 위에 채로 썬 김장배추김치, 쇠고기 육전(또는 쇠고기볶음), 오이, 배채. 전복, 석이버섯, 황백지단을 고명으로 올린다.
이 지방에서 나고 자라 요리전문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음식연구가 전윤숙(全閏淑·53)씨는, “최근에는 고명으로 올리는 식재료로 해초나 약초, 생채를 쓰는 등 퓨전화 경향이 두드러지지만 5대 영양소가 고루 들어있는 웰빙자연식의 전형이 바로 진주비빔밥”이라며 세계화가 가능한 우리나라 대표음식 중 으뜸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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