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 12

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 12

 

우박은 4월부터 6월, 그리고 9월과 10월에 있는 강수현상의 하나로, 이름 그대로 기상재해다. 소나기와 함께 내리는 우박은 내리는 곳에만 내리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피해를 입은 곳에서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우박은 그 떨어지는 무게로 잎, 줄기, 가지, 열매에 기계적 손상을 입힌다. 그리고 수북이 쌓이는 우박덩어리에 닿은 농작물은 회복되지 않는 동상을 입는다. 농작물이 아주 어릴 때는 우박피해를 받는다고 해도 재생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심을 수 있는 시간의 여유라도 있지만, 웬만큼 자란 다음에는 치명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박알맹이가 크면 온실, 비닐하우스 등 시설에도 크게 손상을 준다.
우박 피해를 막으려면, 우박이 작물에 직접 닿지 않게 그물코가 1cm 정도인 우박 방지망을 쳐서 막는 방법이 있다. 외국에서는 우박 상습지에 있는 과수원에서 사용한다. 우박이 내리는 곳에서는 아예 비가림재배를 하면 농작물의 품질향상과 아울러 우박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는 오래 전부터 아예 우박을 못 내리게 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실용화하고 있다고 한다.

우박은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 내린다. 날씨가 맑고 따뜻한 날 증발량이 많으면 소나기구름(적란운)이 형성된다. 이 소나기구름은 여느 구름하고는 다르게 대장간의 모루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구름에서 번개와 천둥을 동반하는 소나기가 쏟아진다. 이 구름의 아래층에서 맺힌 빗방울이 상승기류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간다. 그 위층은 온도가 매우 낮아 올라간 빗방울이 얼어서 우박이 된다. 이 때 이웃 빗방울과 부딪혀 더 큰 알맹이가 되면 무거워져서 상승기류에도 불구하고 땅으로 떨어진다. 우박은 영하 13도에서 가장 큰 알맹이로 된다. 우박의 크기는 완두알(직경 6.4mm)부터 동전 종류 별 직경의 크기를 거쳐, 호두알, 골프공, 테니스공, 야구공(73mm) 크기 등 다양하다. 1970년 9월 미국 캔자스의 한 지점에 내린 우박덩어리는 무게 766g에 직경이 15cm나 되었다고 한다. 가끔 이보다 더 큰 크기의 우박이 내렸다는 토픽기사도 있다.

우박은 주로 밤 10시경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와 함께 내린다. 내리는 곳은 일정한 폭을 지니고 띠를 이룬다. 우박이 내리는 길은 지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형에 큰 변동이 없는 한 우박 상습지는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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