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52)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20대 윤석열 대통령까지 12명의 대통령들이, 집권기간 중에 나름의 정치철학이라 할 수 있는 소신이 담긴 말들을 남겼다. 이를 ‘말씀의 기록’이란 뜻에서 ‘어록’이라고 한다.

초대~3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1950년 6.25전쟁 당시 평양탈환 직후의 연설에서 했다. 그는 자신의 정권연장을 꾀한 3.15부정선거 획책으로 축출돼, 하와이로 망명했다가 거기에서 생을 마감했다.
제4대 윤보선 대통령은, “투표에서는 이기고, 개표에서 졌다. 내가 사실상의 정신적 대통령 이다.”는 말을 남겼다.

제5대~9대까지 5대 20년간 장기집권 한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으로 나라의 기틀을 다지면서 “중단하는 자는 승리하지 못하며, 승리하는 자는 중단하지 않는다!”는 말을, 1966년 1월8일의 <연두교서>에서 남겼다.

제13대 노태우 대통령은, 야당과 3당 합당 후의 6.29선언문에서, “정부는 언론을 장악할 수 없고, 장악하려고 시도해서도 안된다.”는 말을 남겼다. 제14대 김영삼 대통령은, 야당 신민당 총재시절 박정희 유신정권을 향해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날이 선 맹공을 퍼부었다.

제15대 김대중 대통령은, “나의 좌우명은 1.행동하는 양심이 되는 것.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2.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이다.”라고 했다. 그 뒤를 이은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은, “적당하게 타협하고 살면 편하긴 하지만,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과, “대통령 힘들어 못해 먹겠다!”는 망언도 남겼다. 그래서 끝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는가... 알 수 없다.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가난한 부모를 원망하는 것만큼 못난 삶도 없다!”며 자수성가형 의지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총격사망 소식을 들은 후, “전방에는 이상 없습니까?”라고 한 말이 기록관에 남아 있다.

막 물러난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그 말은 제대로 지켜진 것이 한 가지도 없는 말뿐인 수사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는, 그가 검찰총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수사외압을 폭로하며 한 말,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그 한 마디가, 당대 위정자의 위선과 대비되며, 다듬어지지 않은 불과 8개월짜리 정치신인을 ‘만인지상’의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했는데, 취임 뒤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하자, 기자들 앞 간편브리핑에서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는 말을 불쑥 꺼내 ‘자질부족’ 논란이 일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화려한 수사나 늘어놓기를 바라지 않는다. 가벼운 입보다는 따뜻하고 너른 품과, 듬직하고 당당한 뒷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