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로 시작되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시가 떠오르는 가을의 문턱이다. 학창시절 즐겨 외웠던 시 구절 중에 소쩍새, 천둥과 먹구름, 거울 앞에선 누님 같은 꽃, 무서리와 국화는 무슨 관계일까. 아마도 시인은 국화를 자신의 삶에 투영해 본 것 같은 느낌이다.

한 송이 국화꽃이 피기까지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봄에 새싹을 피워내고, 천둥과 먹구름 같은 시련을 극복하고, 가을날 성숙한 꽃으로 피어난다. 이처럼 한 생명이 태어나 젊은 시절 아픔과 시련을 극복하고 원숙한 인간으로 성장한 후 인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을 시인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꽃’으로 표현했다. 

옛 선비들은 국화를 너무 사랑했기에 매란국죽(梅蘭菊竹)의 사군자(四君子)중 하나로 뜰 안에서 키우기도 하고 국화의 덕을 본받고 싶어 했다. 중국 문헌에 국화오덕으로 밝고 둥근 것이 높이 달려 ‘천덕(天德)’이요, 일찍 심어도 늦게 피니 ‘군자의 덕’이요, 술잔에 꽃잎을 띄워 마시니 ‘풍류의 덕’이고 서리를 맞고도 꽃을 피우니 ‘지조의 덕’이요, 꽃잎이 노란 것이 땅 색이라 ‘지덕(地德)’이라고 했다. 조선시대 한시의 대가 이정보는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했다. 매서운 서릿발에도 굴하지 않고 홀로 깨끗하게 절개를 지키는 충신(忠臣)을 국화에 비유했다.

10월은 결실의 계절이며 축제의 달이기도 하다. 전국 곳곳에서 국화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족과 함께 코로나19로 찌들었던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고 국화향기 그윽한 가을을 만끽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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