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활력 거점 탐방 - 예산해봄센터

제법 서늘해진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계절이다. 충남 예산 주민들은 매주 예산해봄센터에서 추계시낭송회 모임을 함께하며 가을날에 낭만을 더하고 있다.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예산해봄센터는 맞춤 지원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역량을 발굴하고 농촌공동체를 되살리고 있다. 예산군민의 보금자리인 이곳에서 한류커피차문화협동조합과 예산시인협회 등이 육성됐다. 예산해봄센터에서 주민들은 댄스. 노래, 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농촌의 문화활동 확대와 마을공동체 활력을 높이고 있다.

▲ 시낭송회를 통해 시집을 출간한 (사진 왼쪽부터)김영서 사무국장, 오희석 마을활동가, 장진업 추사시낭송회장.

열린공간 ‘해봄센터’서 다양한 문화행사
커피차문화·음악회 협업으로 주민 화합 

주민이 주인공인 해봄센터
2년 전 완공된 예산해봄센터. ‘해봄’은 말 그대로 그냥 해본다는 뜻인데,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모해 이름이 붙여졌다. 주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대관신청이 가능하다.

“3농혁신의 일환으로 충남도는 15개 시군에서 마을만들기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어요. 예산군에서 사업비 30억 원으로 건물을 지었더니 다른 지역에서도 견학을 왔어요.”

오윤석 예산해봄센터장은 “주민 주도로 운영되는 예산해봄센터를 알리기 위해 외부벽면의 건축자재를 전면 유리로 지어 개방감을 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예산해봄센터가 행정기관이지만 주민주도사업의 특성이 발휘되는 거점공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추사학당 문화원에서 주민들의 참여로 결성된 추사시낭송회는 코로나19로 추사학당 운영이 축소되면서 주민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낭송회는 예산해봄센터 공간을 대관하며 활력을 되찾았다.

“시를 좋아하는 주민들이 모여 매주 모임을 갖고, 매달 셋째주 목요일마다 광장에서 낭송회를 진행해요. 예산시인협회, 한류커피차문화협동조합과 협업해 낭송회를 개최하는데, 지나는 주민에게 단체를 자연스레 홍보할 수 있는 기회랍니다.”

▲ 예산해봄센터 광장에서 시낭송회를 함께하는 주민들.

시낭송으로 ‘나’를 찾다
주업이 택시기사인 오희석씨는 문학을 좋아한다고 했다. 오 씨는 추사시낭송회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고 시낭송으로 재능을 펼쳐 마을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무대공포증이 있는데 사람들과 시를 읽으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시가 좋아서 체계적으로 배워보려고 시낭송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장진업 추사시낭송회장은 과거 농업을 하며 다소 투박한 성격이었지만, 모임을 이끌면서 시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시낭송하면 저게 뭐야 싶었는데, 시낭송으로 봉사활동을 해본 뒤로 생각이 달라졌어요. 매달 한류커피차문화협동조합과 낭송회를 개최하니까 시도 듣고 그윽한 커피향도 맡고 주민들 호응이 아주 좋습니다.”

아무리 좋은 시라도 낭송에 적합한 시가 있다. 주민들은 모임에서 낭송에 좋은 시를 선정하고 있다. 연습책자를 만들고 좋아하는 시, 좋아하는 시인의 시 등 각자 기호에 맞는 시를 고른다.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주민마다 저마다 잘하는 특성이 있어요. 애국시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이도 있고, 농촌일상을 굽어보고 농경시를 낭송하는 주민도 있죠.”

고추와 서리태를 재배하는 강자정씨는 낭송회 참여를 위해 매주 시간을 쪼개 읍내에 나오는 길이 즐겁다고 했다.

“아침부터 고추 따다가 왔어요. 농촌에 살아도 예산해봄센터 문턱이 낮아서 참여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강자정씨는 자신의 목소리가 허스키하다면서, 반드시 목소리가 좋아야만 울림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면서 강 씨는 사투리로 힘들었던 ‘사’ 발음을 낭송을 통해 교정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전했다.

마을화합 이끄는 시낭송회
시낭송회 주민들은 최근 차동리마을회관을 찾아 음악회를 더한 시낭송을 마을 어르신들에게 선보였다고 한다.

“추사시낭송회는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작은 동아리인데도 어르신들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다시 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시더라고요. 이장님이 가을에 또 초대하겠다고 하셨어요.”

추계시낭송회 주민들은 시를 비롯한 문학은 예술의 뿌리로서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고 어울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소에서 주민들과 시낭송을 통해 화합하겠다고 다짐했다.

“크기가 작고 두께도 얇은 시집은 글이 많지 않아 읽기에 부담이 적고, 휴대성도 간편해 농촌에서도 충분히 즐기기 좋은 문화활동이에요. 주민들이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시낭송 문화가 더 많은 농촌지역으로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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