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인사이드 -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식량안보

▲ 역대급 태풍인 힌남노는 남부지역에 크나큰 피해를 안겼다. 사진은 경북 경주의 피해지 현장.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역을 할퀴면서 3815ha의 농작물 피해를 입어 추석 성수기를 앞둔 농업인에게 큰 상실감을 안겼다. 앞서 8월 초 급작스러운 폭우로 1754ha의 농작물 피해가 있었다. 반면 일부 남부지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에 머물기도 하며 폭우와 가뭄이 번갈아 발생하며 기후변동성이 커졌다.

자연과 가장 밀접한 산업인 농업은 기후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고, 특히 식량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예측시스템을 보다 고도화하고, 농촌의 관개시설의 대대적 정비도 시급한 시점이다. 농업의 기후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15일 국회에서는 유엔식량농업기구 한국협력연락사무소와 APEC기후센터, 기상청 주관으로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식량안보,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위한 방향은’ 토론회가 열렸다.

2100년 이후 여름 5개월·겨울 2개월 기후로 변화 전망
예측시스템 고도화·관개시설 정비로 농업의 기후탄력성 확보해야

폭염 늘고 한파 줄어든 한반도
APEC 기후센터 원장을 지낸 권원태 박사는 최근 기상이변은 전례가 없는 서프라이즈한 수준이라고 단언했다. 권 박사는 “폭염이 증가하고 서리는 감소하는 계절로 변화하고, 호우와 가뭄이 강화돼 강수변동성이 증가했다”면서 “강수량도 지역별로 1~20% 증가한 반면, 강수일수는 3~13% 감소해 짧은 기간에 더 많은 비가 내리는 기후로 고정화됐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의 분석결과를 봐도 한반도의 1991~2020년을 1912~1940년과 비교해 봤을 때 폭염일수 1일, 열대야 8.4일, 호우일수 0.6일 등이 증가했지만 한파 4.9일, 결빙일 7.7일, 서리일 26.1일 등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지속되면 2100년 이후에는 여름은 5개월, 겨울은 2개월 남짓인 시대를 맞이할 것이란 예측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권 박사는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탄소중립을 이루는 사회적 대전환을 이뤄야 하며, 과학적 자료에 근거한 대응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1.5도 이하로 기온을 낮추기는 어려워 그에 따른 발생할 여러 재해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 15일 국회에서는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농식품부,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으로 저탄소 구조로 유도
해남에 들어설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센터’가 컨트롤타워 역할할 듯

식량 리스크, 최대한 내부화해야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팀 김규호 입법조사관은 세계적 식량위기가 당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영향이지만 점차 기후변화 리스크가 위협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조사관은 “이상기후 또는 국제정세에 따라 식량생산과 관련 전후방 산업에서 자유로운 교역을 제한한다면 식량 순수입국인 우리나라는 구매력과 별개로 언제든 위기상홍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6월 기준으로 27개 국가가 수출금지, 수출승인, 수출세 등의 식량 수출제한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식량의 17.2%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는 밀과 콩 재배확대로 리스크 요인을 최대한 내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조사관은 “최근 정부가 밀과 콩 생산을 늘리려 하지만 과거에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다가 후퇴한 경험이 있어 정책적 일관성과 인센티브 부여가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후변화로 재해를 막을 수 없다면 촘촘한 보상제도 마련도 중요하다. 김 조사관은 “농촌에서 재해는 거주공간과 생업현장을 함께 덮치고 복구에 소요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등을 고려해 농어업재해대책법을 긴급구호 수준에서 벗어나 농업농촌의 특수성을 고려한 입법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탄소크레딧 거래 플랫폼 필요
그린랩스 김찬호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CCO)는 이상기온으로 농산물 수확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통적 방식으로 식량안보를 지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 책임자는 “농업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농업인과 애크테크 기업 연결이 중요하다”며 “온실가스 감축시장은 농업분야에서 아직 초기단계로 아직도 농업인이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신청서와 모니터링 서류를 수기로 제출하고 있어 이것 중 일부만 자동으로 작성하게 해도 참여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으로 생성된 탄소크레딧 판매가 저조해 저탄소 농법을 도입한 농가에 추가수익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쉽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이를 활성화시켜 농업인에 제대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으로 기후변화 완화
농림축산식품부 이상만 농촌정책국장은 작년 요소수 사태에 빗대 주식 중 하나라도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경험하지 못한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식량안보 중요성을 부각했다. 이 국장은 “쌀 소비의 절반인 밀의 자급률이 1%가 채 안 되는데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 가루쌀 활성화로 수입밀을 일부 대체하고, 밀과 콩 생산기반 확충, 주요 식량작물의 공공비축 확대, 기업이 확보한 해외 곡물의 국내 반입을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식량자급을 위해선 더 많은 땅에 더 많은 생산요소를 투입해야 하는 반면, 탄소중립은 더 적은 땅에 더 적은 에너지를 써야 해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완화는 양립하기 힘든 목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국장은 “지난해 발표한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은 기후변화 완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농업을 저탄소 구조로 대전환할 것”이라며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센터가 예타를 통과해 2026년 해남에 완공되는데 기후변화에 농업이 접목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농가와 소비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26년 전남 해남군 삼산면 일원에 조성되는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센터’는 국비 594억 원이 투입돼 연구동, 인공기상동, 이상 기후연구동 등이 들어선다. 완공되면 농업인들에게 기상변화 대응, 농산물 재배적지 점검, 효과적 병충해 방제, 기상재해 대비 등의 정보를 제공해 농업 생산성을 보다 극대화할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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