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48)

‘봄은 가까운 땅에서/숨결과 같이 일더니//가을은/머나먼 하늘에서/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꽃잎을 이겨/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가을은/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김현승(1913~1975) 시, <가을>

9월이다. 그리고 가을이다. 올해 9월엔 가을에 들어서면서 찬이슬이 내린다는 백로(8일), 추분(23일) 절기가 들었고, 여름의 끝-음력 8월이 25일에 그 숨을 다한다. 아직 곡식 타작도 전인데, 철이 일러 추석이 일찌감치 10일에 들었다.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고 가는데/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나뭇잎 사이로 여린 별 하나/그 별빛 아래로 너의 작은 꿈이’
‘나뭇잎 사이로 여린 별처럼’ 그렇게 지병 방광암으로 세상을 떠난 가수 조동진(1947~2017)의 <나뭇잎 사이로>란 노래도 생각난다.

9월엔 또 우리에게 아직은 낯선 기념일이 들어앉아 있다. 7일 ‘푸른 하늘의 날’. 지난 2020년 우리나라 제안으로 유엔(UN)이 공식 지정한 기념일이다. 정식 명칭은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청정대기의 날(International Day of Clean Air for Blue Skies)’이다. ‘푸른 5월’이 아니라,‘푸른 9월’이 웬지 어설프게 들린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낙엽이 쌓이는 날/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낙엽이 흩어진 날/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 (1933~ ) 작시, 김민기(1951~ ) 작곡, 최양숙(1937~ ) 노래(부분)

그렇게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가을이다. 지나간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까지도.
‘9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사랑이 오는 소리 사랑이 가는 소리//남겨진 한 마디가 또다시 생각나/그리움에 젖어도 낙엽은 지고//사랑을 할 때면 그 누구라도/쓸쓸한 거리에서 만나고 싶은 것’
-이유(1966~ ) 작시, 길옥윤(1927~ 1995) 작곡, 패티 김(1938~ )노래-<9월의 노래>

이 가을엔, 힘겹지만 눈물겨운 우리의 보석같은 삶들을 옹골차게 다듬어 뜨겁게 가슴에 품어 안을 일이다. 한 해 내내 흘린 값진 땀의 결실들을 거둬들이는 가을 농부의 마음은 그 얼마나 행복한가.
그렇게 깊어진 마음 한자리 내어 내 사랑하는 친구, 이웃도 살갑게 들여앉혀 뜨겁게 이마를 마주해 볼 일이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와 바람처럼~. 하늘은 또 저만큼 더욱 푸르게 깊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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