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현장목소리-경기 김포 장선희·이순옥씨

▲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의 장점은 개개인에게 맞는 운동법을 처방함으로써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농사특성·개개인 건강상태 따른 운동처방에 특히 만족
정밀한 문진표·특화된 검진항목은 여성농업인에 제격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이 7월부터 전국 11개 시·군의 14개 검진기관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른 추석을 앞두고 농사일이 몰리며 검진을 받지 못하거나 수해로 지연되는 곳도 발생하며 진도율은 아직까지 더딘 편이다. 검진기관으로 지정받은 경기 김포의 히즈메디병원 남은영 간호사는 “김포에는 2곳의 검진기관이 있는데 우리 병원에서 500명의 여성농업인이 검진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현재 60명 정도가 검진을 받았습니다. 최대한 속도를 내 11월까지는 마칠 계획입니다”고 밝혔다.

히즈메디병원에서 검진을 마친 여성농업인은 의료진의 꼼꼼한 설명과 농업인에게 특화된 검진항목, 개개인 맞춤의 운동처방을 받으며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 지난 1일 이곳에서 검진을 받은 장선희씨(64)와 이순옥씨(66)도 마찬가지였다. 친환경 농법으로 각각 쌀농사와 배농사를 짓고 있는 장 씨와 이 씨는 관행농업인보다 몸이 성한 곳이 없는 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장선희씨는 “농약이나 비료 대신 손으로 풀 뽑고 남편과 둘이서 쌀농사를 포함해 약 5만 평 정도 농사를 짓다보니 골병이 안 들 수가 없어요. 그래서 12년 전쯤에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아요. 진통제를 먹어가며 농사짓고 있는 형편이죠”라고 어려움을 밝혔다. 이순옥씨는 “배나무 키가 저보다 높아 목을 치켜들고 까치발 서 팔을 높이 들고 무거운 것도 곧잘 들다보니 허리협착증을 앓고 있어요”고 역시 농부증을 호소했다.

히즈메디병원 강태욱 물리치료사는 “검진을 받은 여성농업인의 70% 정도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가위질이나 호미질을 많이 하다보니 손을 다 펴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변형된 분들이 많았어요. 그 다음이 무릎과 허리상태가 심각했는데 쪼그려 앉기, 허리 숙이기, 팔을 높이 치켜 세우는 등의 불편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서 각 부위별로 퇴행이 많이 진행된 편이었습니다”고 설명했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의 차별점은 개개인에게 맞춘 운동처방이다.

이날 강태욱 치료사의 주도로 농사짓는 작물, 연령과 퇴행 정도에 따라 1인당 20분 동안 밴드를 이용한 스트레칭과 집안의 소품으로 할 수 있는 운동법, 남편과 2인 1조로 할 수 있는 운동법을 가르쳐줬다. 인원도 많아야 4명 정도일 정도로 개인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많은 점도 장점이다. 그만큼 본인 몸에 맞는 운동법과 강도를 조절해 가르치면서 집으로 돌아가 혼자서도 짬을 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심폐소생술과 식단관리, 낙상사고 예방 등에 관한 교육도 이뤄진다.

운동처방을 받은 이순옥씨는 “일반건강검진은 몇 번 받아봤죠. 이 병원에선 의사분이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치료사 선생님이 약한 근육은 어디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에요. 운 좋게 올해 이걸 받아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받았으면 좋겠네요. 오기 전엔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장선희 역시 “그간 요령을 몰라 몸이 쑤시고 아파도 약만 먹었는데 치료사님이 알려준 대로 집에서도 꾸준하게 할 생각이에요. 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더라구요. 남편한테도 알려줘서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며 처방받은 운동을 계속 할 의지를 나타냈다.

이처럼 꼼꼼한 검진서비스가 가능한 건 정밀한 문진표 작성도 한몫한다. 예시로 나온 작목도 식량작물·노지채소·시설채소·과수·축산·기타 등을 포함해 86가지에 이른다. 남은영 간호사는 “검진 전에 작성해야 하는 문진표는 모바일 또는 서면으로 작성 가능한데 직업적 특성, 농약중독·상지·하지·요통 등의 증상정도, 질병과 사고 이력, 농사 강도 등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이걸 바탕으로 의료진이 추가적으로 묻고 보다 자세한 개개인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정지를 대비한 심폐소생술 실습과 농약중독에 대비한 안전복 착용, 넘어짐 사고의 심각성과 발생원인을 알 수 있는 동영상 시청,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저염식단 등에 관한 교육도 이뤄진다. 여성농업인들이 흔히 받을 수 없는 교육이 대부분이라 생소해하면서도 그 중요성을 공감하며 성실하게 실습에 나선다고 남 간호사는 덧붙였다. 또한 검진결과는 당일 의사가 알려줘 상태가 심각할 경우 근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농번기가 계속되는 시기라 결과를 알기 위해 병원을 또 찾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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