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가경영 불안 해소 대책 마련 촉구 농민 총궐기대회

▲ 8월29일 서울역 앞에서 전국 1만여 농민들이 모여 정부에 쌀값 폭락 대책을 요구하는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서울역에 모인 1만 농민 “구곡 전량 격리하고 신곡 선제 격리하라”
물가 잡는다며 쌀값 의도적으로 낮추는 정부에 불만 폭발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반대로 쌀값은 끝도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9% 넘게 오른 반면, 8월 기준 산지 쌀값은 20kg 기준으로 4만2522원으로 전년대비 23.6%나 하락했다. 우크라이나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비료와 사료, 면세유를 포함한 농기자재가 폭등하며 쌀농가는 그야말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농가경영에 빨간불이 켜지자 8월29일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4-H본부,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한국4-H청년농업인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 농협조합장정명회 등 주요 농민단체와 농협 회원조합 9개 조직의 약 1만여 명의 농민들이 총궐기대회를 위해 집결했다. 이날 농민들이 가장 강력히 요구한 건 정부에 구곡 추가 격리와 신곡의 선제 격리를 촉구하고 아울러 농업 생산비를 보전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 쌀산업의 근간이 흔들이는 작금의 문제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농업계는 요구했다.

정부가 3차에 걸쳐 시장격리를 실시했지만 시기와 격리방식에 허점을 보이며 정책 효과는 크게 반감됐다. 농업계는 구곡을 전량 격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약 30만 톤 이상 과잉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곡도 미리 격리하도록 요구했다. 거기다 생산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주요 농기자재 인상분의 차액을 지원하는 예산을 포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울역 앞에 모인 전국 1만여 농민들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생산에 매진해야 할 시기임에도 막막한 실정을 나몰라라 하는 정부 행태에 분노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한농연 이학구 회장은 “농가경영이 불안해지면 결국 우리 농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식탁물가 불안과 식량안보 약화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 분명하고, 이는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45년만에 쌀값 대폭락과 농자재값 인상은 방치한다’, ‘밥상물가 잡는다면서 쌀값만 잡고 있다’, ‘수입쌀을 즉각 수입 중단하고 국산쌀 소비대책을 마련하라’, ‘농촌이 소멸하면 식량은 죄다 수입해야 한다’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절절한 호소를 이어갔다.

▲ 농민들은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분노하며 벼 포대를 찢으며 항의하기도 했다.

농업계, 농민 생존권 위협은 식량안보에 치명타 경고
대통령실에 건의문 전달…민주당, 쌀값 정상화 TF 출범

총궐기대회에 정치권의 발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 윤준병 의원, 강훈식 의원, 윤재갑 의원, 신정훈 의원, 신영대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맞서 양곡관리법 개정 등 입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윤준병 의원은 “국회 농해수위 위원으로서 쌀값 폭락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장격리를 의무화하고 시장격리 시기와 매입방식, 가격결정 구조 등을 법제화하는 등 쌀값 안정과 농업 생산비 보전을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민주당은 제103차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여당에 ▲쌀 10만 톤 시장격리 ▲ 쌀 자동시장격리를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 협조 ▲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으며, 1일 쌀값 정상화 TF를 구성해 농식품부와 기재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쌀값 안정화 간담회도 열었다.

강은미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는 잡는다면서 외국산 쌀 무관세 수입을 늘리겠다고 해 농민만 죽이고 있다”며 “민주당도 집권당 시절에 쌀값 폭락을 외면한 건 마찬가지로 농사를 지속할 수 없는 지경이 될 때까지 여와 야 모두 정쟁에만 몰두했다”고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 한농연 이학구 회장이 대통령실 관계자에 농정 건의문을 전달했다.

서울역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용산 대통령실까지 약 1.8km까지 가두행진을 벌이며 농민의 생존권이 위협받으면 식량안보와 식량주권도 무너진다며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정부의 행태에 분노한 몇몇 농민은 벼 포대를 찢어 도로에 뿌리기도 했다. 행진을 마무리하며 이학구 회장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농가경영 불안 해소 농정 건의문’을 전달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건의문을 전달받은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장에서-강현옥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장

늑장대처로 쌀산업 근간 휘청

이번 쌀값 폭락은 정부의 늑장대응과 미온적 대처가 만들어낸 참사다. 최근 몇 년간 쌀값이 좋았다고 하지만 지난 20년으로 놓고보면 큰 변화는 없다. 거의 그대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이 다른 물가는 모두 올라 농업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이미 쌀산업의 중심인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쌀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은 누누이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내놓은 대책은 농업계의 실망만 사고 있다. 농업의 책임과 역할이 강조되는 국제적 흐름 속에서도 별다른 준비 없는 정부와 정치권 모두 손을 놔 농민들의 속만 타고 있다. 농업인 무너지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생산비가 증가하고 쌀값이 폭락하는 작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230만 농민뿐 아니라 범국민적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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