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ce! Nice!-춘천시농업기술센터 전통주 육성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쌀 소비량은 30년 사이 반토막나며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67.1kg으로 특히 밥상용 쌀은 56.9kg에 머물렀다. 다소 증가세를 보이는 사업체부분과 달리 식사의 탈가정화로 인해 가구부분의 1인당 쌀소비량은 매년 2% 내외로 줄며 쌀 소비의 지속적 감소를 견인하고 있다. 결국 집밥에 의존해선 쌀 수요 감소를 막을 수 없는 현실에서 다양한 수요처 발굴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본지는 집밥의 한계에서 벗어나 전국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쌀 소비현장을 찾는다.

▲ 전통주를 직접 빚으며 소비자들은 쌀이 가진 다양한 매력을 깨닫는 계기가 되고 있다.

‘술 페스타’로 MZ세대와 접점 늘리며 쌀의 매력 부각
전통주 양조장 통해 지역쌀 소비도 자연스레 늘어

쌀로 빚은 전통주 매력 부각
호반의 도시, 닭갈비와 막국수가 떠오르는 춘천. 이제는 전통주의 도시로 부를 날도 멀지 않을까 싶다. 바로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춘천 술 페스타’ 때문이다. 전통주를 하나의 먹거리가 아닌 5000년 한민족 역사와 함께한 음식문화로 대접하고, 무엇보다 주재료인 쌀과 지역특산물을 결합해 소비를 촉진하며 농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춘천시는 주목하며 춘천 술 페스타를 기획했다.

6월부터 양조장투어, 술 빚기, 루프탑 파티, 팝업스토어, 전통주 키트를 활용한 온라인 시연 등의 사전행사가 시작됐고, 본행사는 10월7~8일 공연·전시·마켓·체험 등의 종합축제로 열릴 예정이다. 술 페스타는 전통주 소비의 중요한 축인 MZ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여 전통주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을 걸로 춘천시는 기대하고 있다.

주목되는 건 전통주 주재료인 쌀과 발효제인 누룩, 물과 꽃잎, 약제 등의 재료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올해 춘천 벼 재배면적은 1310ha로 전망되며 생산량은 7400톤으로 예상된다. 생산량을 감당할 수요철 발굴은 농업기술센터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대개 그 지역의 쌀을 쓰는 전통주 활성화는 쌀 소비촉진에 효자노릇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춘천시농업기술센터 김현진 식품산업팀장은 “춘천의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가 아직 많지 않지만 5곳의 업체만 따졌을 때 2021년싼 쌀을 2만840kg가량 사용했다”면서 “그중 정부미는 1만5000kg였고, 강원산 쌀도 5840kg을 사용했는데, 더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전통주를 먹으며 쌀이 가진 다미(多味)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류시장에서 전통주 잠재력 커
aT의 2021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를 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통주 출고량은 감소추세를 보인 이후, 2017년부터 계속 증가세였다. 2019년 대비 2020년 출고금액도 17.9% 증가했다. 탁주가 전통주 시장에서 28.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과실주(23.1%), 약주(14.8%) 순이었다. 탁주의 경우 출고금액 기준으로 4705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지만 전체 주류시장으로 보면 5% 남짓에 불과했다. 전통주가 그만큼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란 뜻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전통주 수출은 2300만 불을 넘어서며 전년대비 29.1% 신장하며 호조세를 보였다. K-콘텐츠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세계시장을 파고든 것으로 내수시장도 확장될 여지가 크다. 소비자와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춘천시농업기술센터는 전통주 양조장 찾아가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소규모 양조장인 호수양조장의 경우 춘천의 맑은 물과 건강한 쌀을 전통방식으로 빚은 탁주와 유화주를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춘천의 로컬푸드를 활용한 제철음식을 즐길 수 있는 다이닝 양조장이란 콘셉트로 항아리 여는 날 행사와 전통주 빚기 체험이 입소문이 나 예약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경자 대표는 “손님들이 계절마다 또는 절기마다 선조들이 담가 마시던 전통주와 절기음식을 맛보며 전통의 가양주 문화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전통주의 복원을 주도한 1세대로 평가받으며 농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받기도 한 전통주조 예술은 강원도 홍천에서 올해 5월 춘천의 김유정역 인근으로 이전했다. 소설가 김유정의 문학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술을 새롭게 출시하고, 춘천의 명소를 새롭게 디자인한 술병을 선보이며 점차 유명세를 얻고 있다.

정회철 대표는 “누룩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물론 시간과 노력은 몇 배로 들지만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맛과 풍미는 차별화된다고 본다. 앞으로 춘천으로 이전한 만큼 지역의 쌀 위주로 전통주를 빚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담당자의 말-김현진 식품산업팀장

부진한 쌀 소비, 전통주에서 길 찾아야

전통주 관련업무를 4년 가까이 맡아 춘천 술 페스타를 비롯해 전통주 양조장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쌀 소비 부진이 심각하다. 밥 먹는 것으로 한정하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술 페스타도 쌀 소비촉진이 주목적으로 기획된 것인데, 전통주는 쌀의 좋은 수요처이자 수입산 주류를 대체한다는 점에서 외화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전통주 핵심인 누룩을 자체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강원대학교에 누룩연구소를 2020년 설립했는데 술맛이 안정적이지 않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보다 체계적인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양조학과를 별도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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