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포커스 - 농촌소멸 막는 해법, 학교에 있다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1982년부터 2022년까지 폐교된 학교는 모두 3896개교다. 전남 839개교, 경북 735개교, 경남 582개교, 강원 469개교 순으로 많았다. 서울 3개교, 대전 8개교, 세종 13개교 등 특광역시보다는 도지역에, 그중에 농어촌의 소규모학교가 많은 전남과 경북, 경북, 강원에 몰려있다는 게 특징이다.

농촌지역은 학생 수의 감소와 열악한 교육여건으로 젊은 부모들이 이촌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작은 학교들의 통폐합이 오랜 기간 추진됐다. 그 결과 학교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교육의 질은 낮아지는 악순환으로 귀농·귀촌인마저 정착하지 못하고 농촌을 떠나게 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교육의 질을 개별학교 노력에 맡기지 말고 국가 주도로 농촌지역에 적합한 학교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고, 그 대안으로 나온 것 중 하나가 학교시설복합화다.

학교시설복합화는 학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복지·문화·체육시설 등을 한데 모아 설치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겐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고 주민들은 여가욕구를 충족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취약한 혜택을 상당부분 해소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7월26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와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학교시설복합화 토론회에서도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 학교시설복합화 설치된 사례

저학년 지역학교·고학년 거점학교의 작은학교 조성
교육기능 다활용·주민 여가욕구 충족 학교시설복합화 한목소리

작은학교 재배치하자
한국교원대학교 이재림 교수는 농촌에 학년당 2학급의 작은 학교를 재배치하고, 노인과 아동복지를 위한 학교시설복합화 추진을 의무화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여기서 말하는 작은 학교는 하나의 학교를 3~4개 캠퍼스로 나누자는 것인데 1~4학년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복지시설을 통합하면서 그대로 유지하는 지역학교로, 5~6학년은 국제학교 교육수준을 제공할 수 있게 합친 거점학교로 역할을 분담하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중심 읍 또는 중심 면 지역에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지역학교와 IoT로 연계되는 캠퍼스형 학교가 작은 학교의 핵심”이라며 “거점학교는 지역 중심 면 또는 읍 지역의 대표학교를 중심으로 초등 5~6학년 중심이며, 지역학교는 면 또는 읍 지역 작은학교를 대상으로 1~4학년 저학년을 중심으로 특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점학교에는 도서관을 중심에 배치하되 주민이 활용할 수 있는 예체능 공간을 확보하고, 지역학교는 유아 돌봄과 놀이시설, 평생교육공간을 주자는 것이 이 교수 주장의 핵심이다.

이렇게 학교에 시설을 모을 경우 미래교육에 대비하는 4차산업 교육공간과 삶 중심 교육과정 다양화, 아동·청소년·노인의 복지 대체, 국가재정 절감을 기대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다만 학생의 안전을 고려해 주민 이용시설을 분리 배치해 학습권을 보장하는 공간구성이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7월26일 열린 국회토론회에서는 학교시설을 복합화해 농촌학생의 교육력을 높이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농식품부 농촌협약사업에 포함하는 것도 방법
마을주민 참여시키면 공동체 활성화 효과 클 것

농촌협약에 포함시키자
충남대 김정연 겸임교수는 농촌협약에 학교시설 복합화를 포함시키자는 주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농촌지역에 생활서비스 시설을 복합화해도 잘 이용하지 않는데 주민들이 소규모 불규칙적으로 분산돼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시설들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전달하는 체계를 잘 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학교 통학버스를 일반인에게 통학시간 이외에 이용할 수 있게 한다든지 공용 셔틀버스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만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농촌협약을 활용하자고 김 교수는 제안했다. 농촌협약은 고령화, 인구감소, 난개발 등으로 인해 활기를 잃어가는 농촌에 돌봄과 의료, 보건 등 각종 생활서비스 기능을 농식품부가 5년간 평균 국비 240억 원을 지원하는 통합지원사업이다. 올해 농식품부는 협약에 근거해 정부 사업을 패키지로 지원, 시‧군은 지방비를 편성하고 사업목적에 맞게 추진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데 올해는 20개 시군이 선정됐다.

학교는 농촌생존과 직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심재헌 삶의질정책연구센터장은 학교 존폐는 농촌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특히 3040세대가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심 센터장은 “농촌의 이탈시기를 살펴보면 자녀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많이 빠져버려 고등학교 때는 거의 남아있질 않는다”며 “농촌에서 학교가 없어지면 나라를 잃는 것처럼 받아들이는데 지역의 정체성과 유대감의 집약체가 학교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처럼 심 센터장도 학교에 시설을 뭉치게 되면 주민의 삶의 질 증진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데 동조했다.

심 센터장은 “오지에 있는 학교에 병원과 이발소와 미용실 등을 과감하게 설치하는 시도도 필요하고, 운영주체를 선생님에게 맡기면 너무 큰 부담이라 지역활동가에서 맡길 수 있는 사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농촌지역 학생들의 교육력 증진과 주민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학교시설 복합화에 찬성한다며 읍규모의 구도심형과 작은 학교의 농촌형으로 유형을 달리해 제도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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