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사용량의 42%가 농업용…의견 반영할 기회 거의 없어

▲ 논농업과 인력에 의존하던 농업용수 관리가 물관리기본법 시행 이후 스마트한 관리로 전환되고 있다.

통합물관리 컨트롤타워인 국가·유역물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2019년 출범했다. 현재 물 사용량의 약 42%가 농업용수로 쓰이고, 4대강 보 철거와 농업용수 사용료, 농업용 저수지 여유수량 타용도 전환 등 산적한 현안들을 다루게 될 1기 위원회에 농업계 참여가 전무해 현장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2030년 경지면적은 지금보다 8.6% 감소하고, 1인당 쌀 소비량은 최근 5년간 5kg이나 줄어듦에 따른 농업용수의 타용도 전환 요구가 커질 수 있다. 이에 22일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농공학회가 공동주최하고 농어촌물포럼 후원으로 곧 출범할 2기 위원회에 농업계 인사 포함을 비롯해 안정적인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통합물관리 정책의 청사진을 논의하는 장이 국회에서 열렸다. 

농식품부에 스마트 농업용수 담당할 국단위 조직 신설 주장
물 절약 인센티브 ‘농업 환경보전 프로그램’ 전면 확대 요구

물관리 직불제 도입·조직 확대 요구
충북대 김진수 교수는 농업용수의 다원적 기능이 통합물관리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2000년 이후 농업용수 관리가 민간에서 농어촌공사로 전환되며 2020년 기준으로 2090억 원의 경비를 써야 했다”며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농업인에게 부과금이 없는 유일한 나라로 물을 절약해야 할 인센티브가 사라져 사용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물값을 면제한 이유는 있다. 오랜 기간 쌀값이 정체 또는 하락하며 농가수익이 크게 악화된 부분을 국가와 농어촌공사가 보전해주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농업용수가 공공재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 김 교수는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돼 이를 공적보조, 즉 물관리 직불제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남대 이광야 교수는 농업용수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울어진 균형추부터 조정해야 한다고 구장했다. 이 교수는 “수자원 담당부서는 농식품부에 농업기반과와 간척지농업과 2개과 24명에 불과한 데 반해 환경부는 물통합정책국, 물환경정책국, 수자원정책국 등 3개국 10과 126명으로 인력 차이가 크고, 예산을 봐도 2020년 기준 환경부는 4조 원 규모로 전체예산의 46%를 차지하지만 농식품부는 1조7000억 원으로 전체예산의 11%에 그쳤다”면서 “농식품부에 국단위 조직을 신설하고, 지금의 저수지와 양수장 관리수준에서 벗어나 스마트 용수관리와 노후된 수리시설의 현대화를 포함한 대전환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 7월22일 국회에서는 안정적인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토론회가 열리며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농업 환경보전 프로그램 대폭 확대하자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강정현 사무부총장은 김진수 교수가 주장한 농업인의 많은 물 사용은 수리시설의 노후화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강 부총장은 “선택형직불에 물관리 측면을 반영해 볼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통합물관리 논의에 농업인의 참여는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농업인의 자율적 물관리를 위해 적정한 관개량을 합리적으로 설장하고, 관리수량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목표치를 정하는 동시에 그 이하로 사용한 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게 강 부총장의 주장이다. 그래서 물을 절약하며 보조금을 주는 환경보전형 영농활동 지원사업인 농업 환경보전 프로그램의 전면적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임병희 사무총장은 2기 위원회에 많은 농업전문가가 참여해 효율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총장은 “농업계는 그간 농업용수를 효율적이면서 깨끗하게 이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1기 위원회는 그런 노력에 대한 평가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원인은 위원회에 자문역할에만 그쳤고, 농업용수의 중요성에 비해 물관리 기본계획에 실질적인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2기 위원 후보에 농업계 인사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스마트 물관리 시대 연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천 농업기반과장은 통합물관리가 이뤄지며 관행과 경험 위주에서 데이터 기반 중심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물 관리에 ICT 기술을 접목해 저수지·양수장(공급)-수로(이동)-농경지(사용) 각각의 사용량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었다”면서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 1278곳의 실제 저수용량을 내년부터 2025년까지 조사하고, 누수율이 큰 흙수로 개선과 수문 원격가동, 수로 계통도 디지털화, 자동물꼬를 설치해 손실을 줄이고 저탄소 영농실천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어촌연구원 김현수 부원장은 농업용수의 스마트한 관리를 위해 사용자인 농업인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원장은 “밀과 콩 등 밭농업 중심의 식량주권이 부각되며 기존 논 중심 용수공급에서 밭작물에 적합한 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스마트·디지털 전환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거버넌스 활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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