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지난 5월16일 제31대 농촌진흥청장으로 취임하면서 “식량안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식량자급률을 향상시키겠다”며 안정적인 식량주권 확보와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현장애로 해소 기술 개발․보급을 강조한 조재호 농진청장. 취임 두 달여가 지난 7월20일 농업전문지 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중점사업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간담회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식량안보·기후위기 선제 대응해 식량자급률 제고
생활개선회 연계 농작업 사고․질병 예방사업 추진
전 생육기 과수화상병 종합방제기술 개발에 총력

 

-취임 60일이 지났다. 늦었지만 먼저 취임 각오와 포부를 말해 달라. 또,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은 무엇인지?
기후변화, 식량안보, 인구감소 등 농업·농촌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초대 농촌진흥청장으로 임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취임 이후 농업·농촌 현장의 현안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동시에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저출산·고령화로 지방소멸론이 대두되고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등 풀어가야 할 난제들이 농업·농촌에 산적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성장산업으로 국가 발전을 선도하는 농업, 국민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공간으로의 농촌’을 위한 기술개발에 전념할 각오다. 

정부의 농식품산업 정책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고, 조직 혁신으로 농업·농촌과 농식품산업 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국정과제를 기반으로 5분야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 식량안보·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식량자급률을 향상시키겠다. 둘째, 농업·농촌의 미래 성장산업 육성을 위한 R&D 투자 확대와 기술지원에 중점을 두겠다. 셋째, 농업·농촌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는 기술 개발·보급, 넷째, 청년농업인의 농촌 유입 촉진과 활기차고 살고 싶은 농촌환경 조성, 다섯째, 우리 농업기술의 해외 진출 촉진과 선진국·개도국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겠다.

 

-새정부 들어 수입밀을 대체하고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가공용 쌀에 대한 관심을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개발 현황은?
그간 농진청에서는 가공 전용 쌀 10품종을 개발했고,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사용하거나 글루텐 등 첨가제를 활용한 빵류·면류 가공기술 개발 연구가 진행돼왔다. 또한 용도별 쌀가루 품질기준을 마련하고, 쌀가루를 활용한 빵류·면류 제조 방법과 레시피도 개발했다.
앞으로 수입 밀가루를 대체하고 국산 쌀가루의 이용성을 향상하기 위해 밀가루 소비가 많은 대중 제품을 중심으로 분질미 쌀가루에 밀가루나 식품첨가제를 혼합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쌀가루를 부침가루나 제과·제빵의 원료로서 이용성을 증진시키는 기술도 개발하겠다.

 

-여성농업인의 고질적인 농부증 완화와 폭염 등으로 인한 건강 저하, 과중한 농작업으로 인한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농촌여성 맞춤형 건강관리사업 추진계획은?
농업·농촌의 고령화, 노동력 부족, 폭염 등으로 인한 작업부담 개선을 위해 근골격계 질환 등 여성농업인의 업무상 질환에 대한 특수건강검진, 업무상질병 인정, 예방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사업의 도입·확대를 위한 정책지원 연구로서 건강위험요인 평가, 검진데이터 분석,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연구 수행 중이며, 여성농업인의 업무상 질병과 사고 현황 통계제공 등 예방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농업인의 주요 사고, 질병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해 농업인 학습단체, 질병관리청 등 관련 기관과 연계해 교육·홍보를 추진 중이다. 
특히 생활개선회와 연계해 근골격계 질환 예방, 넘어짐 사고 등 주요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고위험 농작업을 중심으로 편이·안전 증진기술을 개발·보급하고, 예방 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사료작물인 ‘알팔파’ 시험재배에 성공했는데 국내 재배 가능성과 수입 조사료 대체 효과는 어느 정도일 것으로 평가하는지?
알팔파는 영양가치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지만 그간 국내 토양환경에서는 재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그런데 농진청이 지난해 시비 방법 개선 등을 통해 대량 재배가능성을 확인했다. 재배시험 결과, 밭 1㏊당 생산량은 건물 기준 연간 17톤으로 미국의 평균 생산량과 거의 비슷하고, 논에서는 1㏊당 7.8톤 생산할 수 있었다. 향후 논에서 연중재배를 위해 여름철 습해 정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국내 논 면적의 1%와 밭 면적의 0.3%에서 알팔파를 재배한다면 수입량의 40% 이상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수입 가격보다 국내 생산비가 낮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에서 자체 생산해 소비할 경우 가격을 34%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축분뇨 처리 문제가 국내 축산업의 시급한 현안이다. 이에 따라 축분과 슬러지 등을 자원화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현주소는?
농진청은 가축분뇨 처리 문제와 탄소중립 이슈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가축분을 농경지에 환원하는 것 외에 다른 다양한 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돼지 분뇨 슬러지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생산 기술은 이미 개발됐지만 에너지 생산효율이 낮아 실용화가 저조한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분과 농업부산물, 남은 음식물 등을 활용해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축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우분 고체연료 시범사업을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현대당진제철소, 농협, 당진낙협 등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가축분을 활용한 바이오차 생산 이용 방안을 농식품부와 함께 모색하고 있다. 축분에 포함된 구리, 아연 등 토양용출 정도를 평가한 결과, 바이오차로 이용 시 구리는 1.1%, 아연은 29%만 용출되는 것이 확인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열분해를 통해 가축분을 바이오가스, 바이오 오일, 바이오차로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과수화상병의 피해가 매년 발생하며 국내 과수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과수화상병 확산 저지를 위한 진단기술, 예측정보시스템, 방제기술 개발 현황은 어떤지?
농진청은 과수화상병 확산 방지를 위해 신속·정밀진단을 통한 사전 제거, 예측정보에 기반한 개화기 방제기술, 새로운 약제 선발, 전 생육기 재배관리를 통한 경종적 관리기술 등 종합방제기술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먼저 실시간 유전자증폭기술을 활용해 발생 현장에서 바로 진단하는 체계를 확립하였고, 확진 기간을 기존 3∼5일에서 당일 1.5시간 이내로 단축해 통보가 가능토록 했다. 이 진단체계를 활용해 동절기 궤양 등 유사 증상에서 화상병균 검출기준을 정립했고, 올해 개화 전에 64개 과원을 진단해 사전에 전염원을 제거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내 환경에 맞는 화상병 방제 적기 예측시스템을 개발해 전국 36개 시·군 382곳에 설치했고, 이를 활용해 개화기 예측경보에 따라 2회 방제했을 때 만개 후 2회 처리 방법 대비 16% 이상의 높은 방제효과를 확인했다. 

작업 도구로 인한 화상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전정용 가위 휴대용 소독장치를 개발·보급했고, 사과나무 화상병 궤양과 유사한 다른 궤양을 현장에서 구분하는 방법을 개발·보급해 동절기 궤양 제거에 활용하고 있다.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항생제 등의 합성농약을 대체할 수 있는 미생물제나 박테리오파지 등을 찾아 과수화상병 방제 효과를 확인했고, 실제 과수원 환경 등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방제기술들이 현장에서 쉽게 실천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급하겠다.

 

-지역농업 활성화를 위한 지역맞춤형 신품종 개발·보급과 고부가가치 중심의 지역특화작목 산업화를 위한 노력은?
지방소멸의 위기 상황에서 농촌 사회·경제의 근간이 되는 지역농업 활성화를 위한 국가적인 지원정책과 성장전략이 절실하다. 이에 농진청은 지역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고부가 지역특화작목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산업화를 도모하고 있다. 충남의 ‘설향’ 딸기는 대표적인 지역특화작목 육성 성공사례이며, 지역맞춤형 우수 신품종 개발·보급을 통해 지역 브랜드 작목으로 성장한 우수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농진청은 앞으로도 유망 지역특화작목 육성과 성공사례 확산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 균형발전, 농가 소득향상에 기여토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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