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42)

인류역사에서 옥수수가 ‘신의 작물’이라면, 소는 ‘신의 가축’으로 불린다. “하품 밖에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가축이 소다. 노동력부터 고기, 우유, 뼈, 가죽, 부산물인 소똥(거름)까지 버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 한반도에서는 약 2천년 전, 삼국시대부터 소를 가축화시켜 키우기 시작했다. 농경민족인 우리 민족에게 소는 단순 가축 이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농업기계화가 일반화 되면서 이제는 고기용 육우 사육으로 바뀌었다.
현재 국내 한우는 대략 340만 마리. 유엔식량농업기구(FAO)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소는 약 15억7000마리쯤 된다.

# 그 소가 메탄가스를 방출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려 입에 마스크를 씌우고, 방귀세를 물리는 나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신생기업 젤프(Zelp)사가 개발한 소마스크는, 마스크에 장착된 센서가 소가 숨쉴 때 나오는 메탄가스를 감지하면, 태양전지로 작동되는 내장 팬을 가동시켜 여과기를 통과하게 해 대기 중으로 배출시키는 원리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마스크를 소 한 마리당 80달러(약 10만3680원) 정액제로 판매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소 방귀세’를 물리는 나라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큰 낙농업지역인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미 지난 2016년 소 방귀와 관련된 법안을 만들어 2030년까지 594억 원을 투입, 가축들이 방출한 메탄가스를 에너지로 전환해 전기회사에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일랜드는 소 한 마리당 18달러(약2만3330원), 덴마크는 110달러(약14만3000원)의 소 방귀세를 물리고 있다. 에스토니아란 나라도 지난 2019년부터 소 사육농가에 방귀세를 부과하고 있다.

# 소가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소가 특이한 구조의 소화기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소의 위장은 4개다. 1.반추위(혹위=양) 2.그물위(벌집양) 3.겹주름위(천엽) 4.주름위(막창)로, 소가 뜯어먹은 풀이나 사료를 1.반추위에 저장했다가 다시 입으로 가져와 씹으면서(저작) 소화효소와 섞은 뒤, 다시 삼키는 일을 4개의 위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이때 메탄이 발생한다. 소의 위 안에 있는 메탄의 90%는 트림으로 바깥으로 내보낸다.

이러한 방식으로 하루동안 소 한 마리가 배출하는 메탄가스 양은, 100~500리터로 자동차 한 대의 하루 가스 배출량과 맞먹는다.
종료 시점이 없는 세계기후변화 협약인 ‘파리협정’에서 “메탄가스 발생을 강력하게 줄이자!”는 메시지를 채택했다. 이는 곧바로 세계 낙농업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결국 소가 ‘양날의 칼’이 돼버린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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