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41)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온전히 몸으로만 농사를 짓던 시절의 얘기다. 첨단 농기계라 해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고, 콤바인으로 벼며 보리 등 곡식 수확을 하게 된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이젠 집 거실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지 피 에스(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와 고성능 스테레오 카메라가 장착된 최신 트랙터를 원격조종해 밭을 갈고 농사를 짓는 시대가 왔다.

무려 244만 평이나 되는 광활한 옥수수, 콩밭을 원격조종 무인트랙터로 가는 미국 미네소타의 한 농부 얘기다. 이 농부의 경우처럼, 지금 세계의 농기계 업체들이 첨단 농업 자동화 기술이 접목된 신제품을 속속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 세계 최대 정보 기술, 가전 박람회인 ‘씨 이 에스(CES) 2022’에서 세계 농업용 중장비 점유율 1위 업체인 미국의 존 디어(Deere & Co)가 완전 자율주행 트랙터인 ‘8R(알)’ 시리즈와 무인 제조 시스템인 ‘시 앤드 스프레이(See & Spray)’를 공개했다.

8R(알) 완전 자율주행 트랙터는 스마트 폰과 태블릿 PC로 조종하고, 24시간 가동이 가능해 인건비를 약 20% 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시 앤드 스프레이는 잡초의 색깔을 구별해내는 카메라 기술을 활용해 작물과 잡초를 구분해 제초제를 뿌려주는 기계다.

캐나다 농업기업인 솔린프 테크는 사람처럼 밭고랑을 오가며 작물이 잘 크는지, 농약이 어디에 필요한지, 농약이 필요한 곳에만 정확히 계산해 살포하는 ‘로봇 농부’를 개발했다.
흡사 네 발 달린 책상 모양을 한 이 로봇은, 네 개의 다리가 판자 모양의 본체를 받치고 있는데, 사람처럼 밭고랑 사이를 천천히 오가며 작물의 생육상태를 확인하고, 농약을 살포하기도 한다.

미국의 팜 와이즈사가 개발한 로봇 제초기 ‘타이탄(Titan)’은 몸체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 센서, AI(인공지능)를 이용해 식물의 발육상태 데이터를 수집해 영양제, 제초제, 농약 등의 필요량을 제시해 준다.

# 이들 선진 농업기계기술을 가진 국가들의 목표는, 10년 안에 농기계를 완전 자동화시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수소차처럼 수소를 동력으로 하는 수소 농기계 등 친환경 농기계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 농업은, 이제 겨우 2단계에 와 있다. 아직도 해마다 600명 이상의 농업인들이 크고 작은 농약중독 사고를 당하고 있고, 농기계 사고에 의한 치사율도 높다.
가뜩이나 농촌의 고령화와 농업환경의 낙후로 농업생산량이 줄고, 농업인구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계에 AI(인공지능) 전문가 육성을 포함한 선진 농업기술 개발에 대한 국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