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폭염, 폭우에 농민들 위험하다...폭염 지역사례 - 충북 괴산

신영란(불정면생활개선회 전회장)씨는 지난 6월19일 농사일을 마치고 폭염에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다급하게 119를 불렀지만, 영농철 급증하는 사건·사고로 구급차가 다른 마을로 출동해 망연자실했다. 옆집 주민의 자동차에 실려 응급실을 가서 가까스로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 신영란씨가 폭염에도 방제복을 갖춰 입고 농약을 주고 있다. 열흘에 한 번의 방제시기를 철저히 지킨다고 했다.

영농철 온열환자·열사병 응급상황 속출
농촌지역 119지역대 구급차 태부족

10일1번 방제 원칙
20여 년 전 귀농한 신영란씨. 도시에서도 식물이 좋아 화분을 많이 길렀던 신 씨는 농사일이 적성에 맞아 농지 9910㎡(3000평)에 고추, 참깨·들깨, 배추, 복숭아, 배, 옥수수를 심어 홀로 재배하고 있다.

“요즘도 새벽5시에 눈 뜨면 작물이 얼마나 자랐나 밭에 얼른 나가봐요. 풀 한 포기도 얼마나 예뻐 보이는지.”

땡볕에서 자라는 고추만 600평에 100포기를 심어 재배하면서, 가뭄에도 물을 관수하면서 신영란씨는 최선을 다했다.

“열흘마다 한 번씩 농약 줘서 관리하는데, 하루만 늦어도 해충이 늘고 약값도 비싼데 약효도 떨어지니 최대한 방제시기를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갑갑한 방제복에 농약장비 무거워
새벽부터 농사일하다 보니 아침에는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기 일쑤라고 한다. 지난 6월19일도 마찬가지로 우유 한 잔만 마시고 농사일했고, 집에 돌아와 배고픈 상태로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밥을 먹자마자 하늘이고 천장이고 뱅글뱅글 돌아가고 식은땀이 났어요. 남편에게 전화해서 119를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당시 괴산소방서 불정119지역대의 구급차는 다른 응급환자를 실러 나가서 없었다. 119 관계자는 다른 읍면에 지원을 요청하면 시간이 20분 걸린다고 안내했다.

소방청 119구급과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에 상시 운영되는 119지역대 402곳 중 291곳에서 각 1대씩 구급차를 출동시키고 있다. 소방청은 2018~2022년까지 관할 면적과 출동 건수를 집계해 구급차가 없는 95곳에 구급차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영란씨는 주변에 응급상황을 알리고 옆집 주민의 도움으로 자동차에 실려 응급실을 갈 수밖에 없었다.

“응급실 가서 속을 전부 토해냈어요. 의사가 더운 데서 일하다가 농약에 중독된 거 같다면서 해독하려면 3일간 입원해 경과를 봐야한다고 말했어요. 그만큼 쉬면 농사일이 쌓이니까 떼를 써서 퇴원했어요.”

신영란씨는 사고를 계기로 농작업 환경을 돌아보게 됐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에 농약을 주느라 방제복을 하나 더 껴입고 마스크, 모자를 씁니다. 복장을 갖추면 땀범벅이 돼서 여러 작물을 한꺼번에 빨리 농약주고 목욕하고 싶어요.”

농약 500리터를 연결한 100m 가량의 농약호스도 부담을 주고 있다.

“호스에 소독약이 들어가면 굉장히 무겁습니다. 100m 줄을 밭에서 끌고 다니는데 힘에 부쳐요.”

▲ 농약을 연결한 호스는 끌고 이동하기에 무거워 근골격에 부담을 준다.

농촌 안전불감증 문제
고령이어도 노는 사람이 없는 농촌 환경도 영향을 끼쳤다.

“마을에 87세 할머니도 요즘 품삯을 많이 쳐준다며 남의 과수원에 봉지 싸러 가세요. 날이 뜨거워도 날마다 농사일 하는 거 보면 농촌사람들은 농사일에 면역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신영란씨는 평소에 혈압약을 낮은 단계로 복용하고 있고, 무릎에 인공관절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더운 날 쓰러지고 자녀들에게 사고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는 신영란씨. 이를 계기로 한낮에는 농작업을 쉬고, 아침·저녁으로 노동시간을 분산시켜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농사일하다 보면 오전11시까지 농사일에 매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조금 더 영농철에 맞는 개선책이 생겨서 안전한 농촌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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