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과 사람들 - 제주 환상숲 곶자왈공원 문은자씨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환상숲 곶자왈공원은 가수 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장소로 알려져 육지에서 더 유명세를 탔다. 용암이 남긴 독특한 지형에서 우거진 나무는 제주도 천연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한 신비한 모습이어서, 이곳의 탐방로를 거닐었던 체험객들은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연상된다고 했다. 곶자왈공원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다양한 북방한계식물과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고 있다.

▲ (왼쪽부터)이지영, 문은자 모녀가 환상숲 곶자왈공원을 직접 가꾸며 도시민들에게 농촌치유를 전하고 있다.

용암 지형서 자생하는 야생화이야기 전해
석창포차·감귤 판매하며 지역농가와 상생

곶자왈서 뇌경색 회복
문은자(한국생활개선제주시연합회 회원)씨는 환상숲 곶자왈공원의 주인이다. 매표소 맞은편에는 문 씨의 감귤 2000평, 한라봉 6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가 있어 새벽부터 농사일을 겸하고 있다.

곶자왈공원은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탐방로를 3km 가량 조성하고, 이중 800m를 해설코스로 활용하고 있다. 딸 이지영씨와 사위도 곶자왈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체험객이 늘면서 최근 직원 4명을 더 고용했다.

곶자왈은 남편에게 뇌경색이 오면서 조성됐다. 자신이 걸어갈 길이라도 만든다며 곶자왈에 손수 탐방로를 놓길 3년. 남편이 말도 어눌해졌는데, 숲길을 만들고 걸었더니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에서 농촌체험농장으로 인증 받고 청소년체험학습을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82세 시어머니께서 매표소를 운영하고 가족들이 곶자왈의 진가를 알리려고 애썼어요.”

때로는 마루에서 손님에게 고구마와 차를 대접하고, 식사시간이면 밥도 같이 먹으며 농촌의 정을 나눴다고 한다.

“처음에는 손님이 없어서 손에 쥐는 돈이 20만 원 남짓이었어요. 그래도 누구에게나 정성을 다했더니 그분들이 감동 받고 돌아가서 홍보요원이 돼줬어요.”

▲ 환상숲 곶자왈공원은 농촌진흥청 농촌체험농장으로 인증 받고 청소년체험학습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족욕체험으로 만족도 높여
곶자왈 문화관광해설은 식물에 대한 일방적인 해설이 아닌 마음치유에 집중했다. 흙이 없는 용암에서 돌을 뚫고 악착같이 살아내는 식물들의 이야기와 사람을 빗대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철학적 질문을 통해 식물에게 답을 찾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해설을 듣고 마음의 위로를 얻어간 사람들이 재방문을 한다고 문은자씨는 전했다.

“작은 야생풀도 우리와 같은 생명을 가졌다고 느낄 수 있게 설명하고 있어요. 해설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체험객도 있었어요.”

남편의 족욕치료는 곶자왈공원의 주요프로그램이 됐다. 곶자왈을 산책하고, 담앙족욕카페에서 족욕체험을 하면 관광이 마무리된다.

이날 직장인단체로 보이는 중년남성들이 족욕을 체험 후 신발을 신으며 “별거 아닌 거 같은데 되게 시원하다”며 감탄했다.

이곳에는 마을에서 6차산업을 하는 농가 3곳에서 조달받은 석창포차와 감귤, 한라봉, 벌꿀을 판매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곶자왈공원의 토닥토닥 마음산책, 임산부 위한 태교여행, 장애인 위한 족욕테라피 등 체험객에 맞춰 개발한 38가지 체험프로그램은 도시에서 농촌교육농장컨설팅을 했던 딸 이지영(36)씨가 10년 전 귀촌해 직접 개발했다.

제주농촌에 펼쳐질 문은자·이지영 모녀의 ‘환상콤비’가 기대된다.

▲ 이지영씨

■ 미니인터뷰 -
환상숲 곶자왈공원 이지영씨

“저녁 있는 농촌에 매료”

도시생활을 하며 지역아카데미에서 교육농장컨설팅 일을 하면서 농촌을 다니는 게 즐거운 일이었지만, 부모님을 제대로 못 챙겨주고 있다고 생각해 귀촌을 결심했다.

농촌에 가면 몸 쓰는 일이 많지만 몸은 고돼도 스트레스가 없었다. 무엇보다 농촌은 해 지면 저녁이 있는 생활이더라. 오후 6시면 운영을 마치고 가족들과 둘러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농촌은 해가 지면 생활하기 좋은 곳이라고 느꼈다.

도시에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 겉모습에 돈을 썼는데, 농촌에서는 초창기에 한 달 20만 원 벌 때도 부족한 돈이 아니어서 이상했다. 욕심을 버리고 살면 채워지는 것이 많다고 느꼈다.

도시에서 농촌교육농장 연구원이던 박사님들이 지금은 각자 회사 차리고 유명한 사람이 돼있다. 이제는 아이들 데리고 농촌 와서 살고 싶다고 저를 부러워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쌓여가는 것들이 있다. 농장의 가치가 올라가서 구성원으로서 행복하고,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고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프로그램을 현실화해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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