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시 한 구절이다. 담쟁이는 포도과의 덩굴성식물로 덩굴손의 빨판을 이용해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강인함을 상징하는 식물이다.

담쟁이 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펴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필적에 …’로 이어지는 가곡 ‘동무생각’이다. 청라(靑蘿)언덕은 바로 푸른 담쟁이덩굴이 무성한 언덕을 말한다. 
청라언덕은 대구가 고향인 작곡가 박태준 선생의 고향마을이다. 그는 학창시절에 이곳에서 한 여학생을 짝사랑했다. 매일아침 청라언덕을 오르며 백합처럼 흰 피부를 가진 여학생을 그리워하면서 노래를 작곡했다고 한다. 1922년 탄생한 동무생각은 당시가 일제 강점기였기에 독립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노래이기도 하다. 

1900년대 미국 선교사들이 이 지역을 매입해서 교회와 병원, 신학교를 지어 영남의 선교활동기지로 삼은 곳이다. 선교사였던 스윗즈, 챔니스, 블레어 등 세 선교사가 지었던 주택을 지금은 모두 작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1899년 동산의료원 개원 당시 존슨 선교사가 미국에서 직접 가져왔다는 ‘대구사과’의 효시이기도 한 사과나무의 자손 나무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최근 청라언덕이 대구의 몽마르트 언덕으로 불리며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곳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 음악가의 젊은 시절 사랑 이야기가 있고 3.1만세운동길 등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청라언덕’을 한번 쯤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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