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37)

제1차 세계대전이 절정에 달했을 때인 1918년(무오년), ‘스페인 독감’이 광풍처럼 세계를 휩쓸었다. 이때 4000만~5000만 명(많게는 1억 명)이 이 병으로 죽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무오년에 발생한 역병이라 해 ‘무오독감’이라고 불렀는데, 일제강점기인 이때 755만6000명이 감염돼 14만5000명이 죽었다.
이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전 세계 43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소비액이 뚝 떨어졌다.

# 그 100년 전의 뼈저렸던 악몽이 다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장기화, 지구촌 곳곳의 가뭄이 겹쳐 ‘대량 실업+높은 물가+빈곤’의 쓰나미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로 600만 명이 숨졌고, 세계인구의 99%가 소득이 줄었으며, 에너지와 식량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 세계 인구 중 1억6000만 명이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했다.(‘절대 빈곤’이란, 하루 약 2300원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
이 숫자는 지난 해보다 무려 9700만 명 늘어난 것인데, 코로나로 인해 줄어든 실질소득이 물가고(인플레)로 인해 더 쪼그라들고 있는 형국이다.

인도의 경우, 백신과 의료시설 부족으로 51만 명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게다가 장례식장이 턱없이 부족해 강에 버리는 시체를 들개들이 뜯어먹는 참혹한 광경이 매일 연출되고 있다. 실업자 5300만 명이 길거리에 나앉았다.
또한 계속되는 전쟁으로 에너지가격과 식량가격이 치솟고 있다.

# ‘세계 4대 곡창지대’로 불리는 곳들도 전쟁+가뭄+질병의 3중고로 인해 모두 망가져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캔자스와 남미 아르헨티나의 극심한 가뭄으로 밀, 콩, 옥수수 농사가 흉작이어서 수확량이 감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밀의 생산·수출에 커다란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의 곡창지대인 동북3성은 코로나로 봉쇄돼 쌀, 옥수수의 파종시기를 놓쳐 생산량 감소가 크게 우려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현재 전 세계 실업자 수는, 종전의 1억8000만 명 대에서 2억2000만 명대로 집계됐다. 특히 취약계층인 여성과 청년일자리가 가장 많이 증발했다.

그러면, “야심차게 새 정부가 출범한 우리나라는 안녕한가?” 불행스럽게도 멈출 기미 없이 높게 치솟고 있는 물가는 이미 ‘재앙’ 수준에 가깝다. 국가재정은 한계를 드러내고, 경제적 고통과 빈부격차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소위 2030 젊은세대가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빚투’(은행빚을 내서 투자한) 집은, 자산이 아닌 빚인 세상을 맞았다. 한 치 앞도 가늠키 어려운 안갯속이다.
끝이 안보이는 ‘가난한 시간’의 늪으로 이미 빠르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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