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씨앗을 생명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미래를 생각하는 농심(農心)이 담겨있다. 
씨앗은행(Seed Bank)이란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해 식물의 씨앗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시설을 말한다. 지구상에는 무려 1400만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그 중에 174만여 종만 확인된 상태다. 우리나라도 생태환경의 변화 등으로 2018년 법적보호대상인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총 267종이나 된다고 한다. 이는 도시화에 따른 환경오염, 서식지파괴, 기후온난화, 밀렵과 채취, 외래생물의 확산 등으로 보고 있다.

식물도 인간과 같이 종족 번식의 본능이 있어 스스로 다양한 방법으로 후손을 번식시켜나간다. 민들레는 씨앗에 날개를 달아 확산시키고, 조류 등 동물이 열매를 먹고 장소를 이동해 번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태환경의 변화와 산업화로 인해 농작물의 다양성이 75%나 감소했다고 한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의 주식이던 감자농사가 곰팡이병으로 전멸하자 100만 명의 국민이 아사했다고 한다.
농업과 식량위기를 맞을 때 식량유전자원을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전 세계에 1700여 개소에 씨앗은행을 설치하고 있다. 우리도 농촌진흥청에 씨앗은행이 설치돼 종자자원 27만여 종이 2곳에 중복보관돼 있다.   

지난달 러시아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식물유전자은행이 파괴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언제 닥칠지도 모를 전쟁이나 자연재해에 대비해 식량자원의 열쇠가 될 씨앗의 확보와 보존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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