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심농교육원 원장

"아무리 좋은 훌륭한 
정책적 약속이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구호로서만 외쳐서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농촌 활성화정책 공약은
로드맵을 확실히 설정해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

▲ 박영일 심농교육원 원장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농촌지역 주요 길거리마다 걸려있던 화려한 정책공약이 담긴 현수막이나 벽보도 이제 자취를 감췄다. 이번 선거를 통해 후보들마다 농촌발전에 대한 갖가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다양한 공약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 이제부터는 당선된 선출직 공직자들의 정책공약 실천이다. 아무리 좋은 훌륭한 정책적 약속이라고 하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구호로서만 외쳐서는 절대로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정책 실현은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와 행동력에 달려있다. 자신이 공약한 농촌 활성화정책에 대한 성실한 이행을 위해서는 로드맵을 확실히 설정해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 16세기 이탈리아 정치철학자인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직함이 인간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직함을 높인다”고 했다. 그만큼 공직자는 신념과 철학 그리고 실천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 우리 농촌 현실은 참으로 어렵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가장 급한 문제는 ‘지방소멸’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 일자리와 소비시장 감소 등으로 지방경제의 총체적인 침체와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 지방경제의 침체는 절대로 지속가능한 나라발전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게 역사적 사실이다. 고대에 번창한 옛 도시국가들의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다. 인류 최초의 도시국가를 세운 메소포타미아문명, 천년간 번성했던 중남미의 마야문명, 거대한 피라미드를 지을 정도로 번성했던 고대왕국 이집트도 식량부족과 지방경제의 소멸로 멸망한 것이다. 이는 미래 성장잠재력은 지방의 자연자원과 농업·농촌의 다기능적 자원에서 찾아야 하며, 도시기능으로서만 국가형태가 유지될 수 없다는 중요한 교훈이 되고 있다.  

식량자급률 문제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도시화 개발로 인해 끊임없이 농경지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20%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로서는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밀, 옥수수, 보리, 해바라기유 등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빵, 라면, 국수, 짜장면 등 식품과 사료 값이 치솟고 있다. 또 세계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 중단으로 국제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처럼 농산물 국제수급의 경제현상들은 실타래처럼 촘촘하게 얽혀서 예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더욱 일깨워주고 있다.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한 거대하고 담대한 중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도 중요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면으로 접근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이 피부로 와닿는 더욱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당장 급등하고 있는 비료·사료값에 대한 지원, 농가일손부족에 따른 농업노동력 공급 안정화 방안, 주요 농산물 가격 안정화 지원, 친환경농산물의 안정적 생산지원제도, 농촌노인 맞춤복지 실현 등 지역농업 활성화를 위한 시급한 정책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개혁과 혁신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작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다 보면 그게 쌓이고 쌓여 큰 업적이 될 것이다. 또 혁신은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정책들이 왜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곰곰이 따져서 보완해 나가면 된다.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대명제 아래 선출직 공직자들이 공약한 농촌 활성화 대책들을 차근차근 이행해나간다면 농업인들로부터 훗날 큰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