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35)

지난 연초에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에서 70세 여성(마리넬라 베레타)이 자신의 집 거실에서 의자에 앉은 채로 죽어 미라가 된 상태로 2년 만에 발견됐다고 미국 씨엔엔(CNN)방송이 해외 화제로 보도해 눈길을 끌었었다.
초고령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 사례는, 비단 이탈리아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홀로 지내다 숨진 지 몇 주, 몇 개월, 심지어는 몇 년이 지난 뒤 백골이 된 상태로 살던 집에서 발견된 사례가 적지 않다.

# 보건복지부 집계자료에 따르면, 홀로 지내다 죽는 ‘고독사’를 포함해 가족, 친인척 등의 연고가 없는 무연고 시신 1만2079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5480명(약 45%)을 차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쓰레기처럼 그냥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빠른 고령화에서 온다. 올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92만 명으로 전체인구(5163만 명)의 17.8%에 이른다.

# OECD(오이씨디: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는 중이고, 은퇴세대의 상대적 빈곤율(43.4%)도 세계 1위로 불명예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OECD의 아픈 지적처럼,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은퇴세대 고령노인들의 빈곤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3526만 명으로 전체 국민의 절반 정도만 ‘일 하는 나이’ 인 셈이다.

이 ‘일 하는 나이’인 생산인구 100명 당 먹여살려야 할 노인수를 말하는 <노년 부양 비율>이 올해 25.3명에서 2040년에는 63.4명으로 치솟는다. 그만큼 노인부담을 위한 국가부담도 커지게 된다. 이 국가적 부담은 연쇄적으로 개개인 가정의 부담이 되고, 헤어날 길 없는 깊은 빈곤의 늪에 빠지게 된다.

# ‘끝난 사람’, ‘뒷방 늙은이’, ‘소파맨’으로 불리는 은퇴 고령노인들이 자의에서건 타의에서건 마지막으로 버려지듯 가는 곳이 요양원, 요양병원, 실버타운, 그리고 쪽방촌, 고시촌, 여관, 여인숙이다. 이중 그래도 가족의 경제적 지원으로 가게 되는 요양원, 요양병원, 실버타운에 들어가면 최소한 혼자 쓸쓸히 죽는 고독사는 면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엄연히 생떼같은 자녀, 가족들이 있어도 고령노인들에게는 그들과의 거리가 저승길보다도 멀다. “지들도 먹고살기 어려운데~”가 혼자 외롭게 죽음의 길로 내몰린 노인들의 자조섞인 말들이다.

그렇게 성별 관계없이 홀로 쓸쓸하게 이 세상을 떠나는 ‘고독사’ 사망자 수만도 한 해 3천명에 가깝다. 그저 물리적으로 오래사는 ‘장수’가 자랑이 아닌 희한한 세상이 됐다. 가족과 자녀들의 부양기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뻔뻔한 세상이다.

 노인들 스스로도 지레 자신을 ‘나이의 감옥’에 가두는 순간부터 자신이 이미 버려지듯 외로운 고독사의 길에 들어섰다는 걸 안다. ‘가정의 달’ 5월이 별 의미없이 그렇게 간다. 영화제목처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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