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부처 폐지 찬성하는 후보자는 장관자격 없다며 반발

▲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는 김현숙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1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12일 새벽 1시20분까지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게 여가부 폐지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김으로써 야당의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사진출처:국회사무처)

여당 “형식은 폐지지만 여가부 기능 재조정하자는 것”
여가부 핵심사업인 여성정책과 권익증진은 법무부·행안부로 이전 주장

11일 오전 10시에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송옥주)의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차수를 변경하면서까지 시작 15시간 20분 만인 12일 새벽 1시20분에 마쳤다. 역대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회로 가장 길어진 데는 김현숙 후보자가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느냐를 묻는 서면질의에 국민의힘에는 ‘동의한다’라고 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에는 ‘사회적 변화에 발맞춘 부처로 탈바꿈하겠다’라고 답하며 상반된 답변이 논란이 됐다. 그리고 자녀 학사, 범죄경력 조회, 모친이 운영하는 회사 등 국회에서 요구한 자료에 대해 개인정보 미동의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아 야당의원이 반발하며 오전질의는 시작도 못한 채 오후 늦게 속개됐다.

야당의원들은 일제히 후보자에게 여성가족부 폐지 여부에 대한 견해를 따져 물었다. 김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동의한다”라고 답변하며 여성가족부가 존재했음에도 지난 정부에서 세계성격차지수는 102위로 떨어졌는지 민주당 의원들과 토론하고 싶다며 맞받아쳤다. 이에 야당의원들은 일제히 장관 자격이 없는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체가 필요 없다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국무위원은 대통령의 하수인이나 부하가 아니다. 대통령이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해도 저출생과 여성차별이 여전히 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에 여가부가 이를 해결하겠다는 소신을 갖고 설득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 비서로 들어가라”며 “당에 따라 답변을 가려서 하고, 그것도 모자라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하는 장관후보자는 역사적 코미디이자 아이러니”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강선우 의원도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 장관을 시한부 국무위원이라 발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도 말했다. 과거 후보자는 구조적 성차별을 타파하겠다는 행적을 보였는데 여가부 폐지로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후보자는 “하 의원 발언에 동의하지 않으며, 기계적 할당제보다는 다양성 위원회같은 조직이 더 합리적”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여가부 폐지로 많은 청소년이 지원사업이 끊길까 걱정하고 있다는 질의에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폐지한다고 모든 기능을 폐기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권인숙 의원도 “무엇을 근거로 여가부 폐지를 말하는 것인가. 기능이 불충분하면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고 보완해야 할 문제지, 굳이 폐지를 전제로 제대로 내용은 설명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냐”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가부 폐지주장에 동조하며 후보자 엄호에 나섰다. 김미애 의원은 “대통령 공약으로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기능과 역할 재조정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형식은 폐지지만 국민의견을 듣고 역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다만 국민에 이 점을 설명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건 잘못”이라고 발언했다. 그리고 정부조직법을 고치지 못해 여가부 장관을 지명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김 의원은 “공약은 특별한 사정 없으면 추진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조직법 때문에 여야가 대립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여가부가 잘한 것도 있어 그것마저 없애자는 게 아니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비효율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정책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선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 역시 “잘하는 기능까지 폐지하는 건 아니다.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 합의가능한 방향으로 갈 것이며, 지명당시에 대통령으로부터 촘촘하고 합리적으로 설계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보고를 받으며 업무가 분절적이고, 타부처와 협업이 많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거의 없어 세컨드리 부처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떨어진 직원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서라도 집중과 선택을 해 주력사업으로 국민에게 좋은 서비스로 자긍심과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재 의원도 “지난 정부의 여당가족부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권력형 성범죄에 눈 감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부르며, 장관은 이를 국민성인지 학습기회라고 말해 국민의 70% 이상이 폐지에 찬성했다. 올바른 여성을 위한 부처를 만들어 아동, 청소년, 가족, 인구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야당은 왜 폐지해야 하는지 이유를 망각하고 있다”라고 응전했다.

김현숙 후보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고, 여당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빠진 여성정책과 권익부분은 법무부와 행안부로 옮기면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윤 대통령, 국회에 재송부 요청 후 임명 강행할 듯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김 후보자가 모두발언에서 지난 정부의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발언에 대한 연장선으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징계를 지방선거로 미룰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는 질의에 김 후보자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의혹 징계 절차를 미루지 말고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권력형 성범죄 대응책으로 지자체장의 성범죄를 호소할 장관 산하 핫라인이 필요하고, 2차 가해를 막는데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현숙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여성경제학자로 국책기관에서 근무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과 19대 국회에서 여가위 간사와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며 교육과 저출산, 고용, 보육, 가족정책에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의 여가부가 젠더갈등과 권력형 성범죄에 미온적 대처로 국민에 실망을 드렸다며 이를 풀어가는 실질적 부처로 탈바꿈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부처의 새로운 비전과 업무영역을 발굴하고, 수립된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원질의를 모두 마친 후 송옥주 위원장은 양당 간사가 김현숙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협의하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과정에서 큰 흠결이 드러나지 않았고, 여가부를 새로운 부처로 탈바꿈시킬 적임자라며 즉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채택이 불발되며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국회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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