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잡스 - 강원 홍천 김민정 이야기할머니

농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행복한 농촌살이를 해나가고 있는 투잡 농촌여성들. 본업인 농업과 함께 나만의 개성을 발휘한 부업으로 지역 사랑을 실천하는 ‘투잡’ 농촌여성을 만나 다양한 부업의 세계를 소개한다.

아이들에게 동화 읽어주며 자긍심 높여
암기능력 활용해 어르신에 봉사하고파

▲ 동화 두더지신붓감을 읽어주는 김민정 이야기할머니

동화 배우며 자기개발
김민정씨의 목소리는 또렷하면서도 나긋나긋하게 들렸다.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외할머니 생각이 물씬 나는 따뜻한 목소리였다. 35년 전 결혼하면서 강원도 홍천에 터를 잡은 김민정씨는 오미자, 배, 고추, 옥수수를 9918㎡(3000평)에 재배하고 있다.  
“4일 농사일하면 3일은 자기개발 하려고 했어요. 농사일 끝내면 책 한 줄이라도 읽고 자야 했죠.” 

농한기를 이용해 홍천군농업기술센터와 홍천교육도서관 교육에 참여하면서 김민정씨는 동화구연자격증 2급을 취득했다. 그는 동화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모집하는 '아름다운이야기할머니사업'을 도서관 홍보물에서 알게 돼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동화에는 삶의 지혜가 담겨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동화를 알려주고 싶어서 스스로 활동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김민정씨는 짧으면서 쉽게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것이 동화의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책을 멀리하는 남편에게도 동화부터 읽기를 시작해보라고 적극 권장한다고 했다. 

한복 입은 아름다운이야기할머니
2019년 이야기할머니로 선정돼 역량교육을 이수하고 2020년부터 5년간 아름다운이야기할머니로 활동하게 된 김민정씨. 매주 유치원과 학교 3곳에서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있다. 학교당 4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 받으면서 최대 월48만 원의 소득을 얻고 있다.
“봉사활동으로 알고 시작했는데 활동비가 있는 건 나중에 알았어요. 매달 48만 원이 나이 드니까 적지 않게 생각돼요.”

이야기할머니가 되면 월1회 전문 강사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야기할머니들이 한 자리에 만나 암기한 동화를 시연하며 철저히 준비한다고 했다. 시연을 보이는 중간점검은 이야기할머니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주지만, 때로는 압박감이 돼 중도 포기하는 이야기할머니들도 생긴다고 했다. 
“동화를 토씨까지 전부 외워야 돼서 시연을 준비할 때면 머릿속이 백지화되기도 해요. 그래도 아이들이 있는 현장에 나가서는 긴장하지 않게 되는 거 같아요.”

아이들에게 이야기할머니로 초빙돼 동화구연을 하는 시간은 단 20분이라고 한다. 김민정씨는 학교에서 20분의 시간을 위해 한복을 입고 밖을 나선다고 했다.
“가지고 있는 한복만 6~7벌 있어요. 한복은 이야기할머니로서 긍지와 활력을 줘서 항상 입으려고 노력해요. 한복 입고 밖을 나서면 주민들이 ‘예쁘게 차려입고 어디가냐’고 물어봐요. 동화를 읽어줄 때도 아이들이 바스락거리는 한복 치마를 만지작거리며 호기심을 보여요.”

그는 농촌에 아이들 수가 적어 애로점이 있지만 이에 맞는 방법을 모색한다고 했다.  
“유치원에 원아가 2명이었어요. 걱정스러웠지만 아이 이름을 부르면서 더 친근감 있게 이야기를 들려줬죠. 와중에 한 아이가 전학을 갔어요. 남은 아이는 다문화가정이었는데 우리말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죠.”

▲ 김민정씨는 이야기할머니 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동화 읽으며 봉사하고파
김민정씨는 이날 ‘두더지신붓감’ 동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동화의 주제는 가장 옆에 있는 존재를 소중하게 알아야 된다는 이야기였다고.
“동화구연은 등장인물에 맞게 목소리 변조도 필수입니다. 두더지아들 같은 경우 어린아이니까 목소리를 바꿔주고 두더지아빠 같은 경우 늠름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를 내죠.”

그는 목소리 변조하는 특기를 더 연습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야기할머니 활동이 끝나더라도 노인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동화구연봉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이야기할머니들에게 제공한 그림 자료는 활용 못하지만, 이야기할머니들이 머릿속에 이야기를 암기하는 능력은 쉽게 지워지지 않아요. 더욱 연마해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싶어요. 그때도 한복 입고 동화를 많이 읽어서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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