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 가입 졸속 추진 정부 강력 규탄

▲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등 농수산업단체들은 메가 FTA인 CPTPP 가입을 막기 위해 총력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하고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총궐기대회를 가졌다. CPTPP는 국내 농수산업 기반 붕괴를 초래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에게 즉각 철회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6월 지방선거 각 후보자에게도 CPTPP 가입 철회 의사를 공식화할 것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윤 당선인 철회회사 즉각 밝혀라” 요구
농업계, CPTPP 가입 저지 위해 13일 총궐기대회 개최

농업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역대 정부 중 최고수준의 시장개방을 펼쳐왔다. 그것도 모자라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지난 2월1일자로 발효된 데 이어 정부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신청을 4월 중에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농업계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이상으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결사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3월25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CPTPP 공청회도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회장 강현옥) 등 6개 종합단체로 구성된 한국종합농업인단체협의회 주도로 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산자부는 공청회 절차를 정당하게 마친 것으로 간주하고 통상절차법에 따라 가입 진행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내놔 논란을 더 키웠다.

이에 지난 4일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에서는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4-H본부,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한국4-H중앙연합회 등 농업계 6개 단체와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등 수산계 3개 단체 등 총 9개 단체가 참여하는 CPTPP 저지 한국농어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주도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행동에 나섰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정부에 CPTPP 가입의 즉각 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농수산업인들이 모여들었다.

비대위는 성명서에서 “260만 농어민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정부의 불통행정을 규탄하고 CPTPP 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결연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1980년 이후 본격화된 개방농정은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57개국과 우후죽순으로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어업과 농어촌은 성장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경제발전과 수출주도형 성장주의라는 미명 아래 농어업·농어촌을 철저히 짓밟았다. 그것도 모자라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에 초대형 FTA인 CPTPP 가입을 시도해 농어업·농어촌·농어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사실상 무관세에 가까운 시장개방률에 더해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가입비 명목으로 더 큰 대가를 지불할 가능성이 크다. 위생검역 문제로 수입을 규제한 신선농산물 수입도 크게 늘고, 중국도 CPTPP 가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농수산업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원전 오염 가능성이 높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마저 수입된다면 국민식탁을 심각하게 위협해 국민건강과 안전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기 때문에 결사항전 의지로 가입 저지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날 비대위는 대회사와 각 단체장의 규탄발언과 연대발언을 통해 임기 말에 무리하게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모두에게 즉각 철회의사를 밝히라고 촉구하는 한편,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6월 지방선거까지 각 후보자에게 CPTPP 가입에 대한 입장을 밝히도록 해 당락에 영향을 끼친다는 입장이다.

이후 결의문 낭독 후 ‘CPTPP 가입 결사반대! 즉각 철회하라!’ 현수막을 찢는 상징의식과 국회 앞까지 상여행진까지 이어졌다. 또한 농업계는 오는 13일에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를 중심으로 CPTPP 가입 저지를 위한 전국농어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CPTPP, 왜 메가 FTA인가?

농업계 피해 최대 4400억…관세 철폐로 생산기반 붕괴 우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도 전면 허용 불가피

▲ CPTPP 및 RCEP 체결국·가입국 현황(출처:산업통상자원부)

CPTPP는 일본 주도로 아시아·태평양 11개 국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자유무역협정이다. 참여국가는 일본을 필두로 캐나다, 호주, 브루나이, 싱가포르, 멕시코,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등 11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영국이 신규 가입을 신청했고, 중국과 대만, 에콰도르도 가입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CPTPP 규모는 전세계 GDP의 12.7%(10조7000억 달러), 교역액은 14.9%(5조2000억 달러), 인구는 6.6%(5억1000만 명)다. CPTPP 가입으로 실질 GDP는 0.33~0.35% 늘어나고 소비자 후생은 3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농업강국으로부터 수입이 늘어나 농업계 피해는 15년간 연평균 최소 853억 원에서 최대 4400억 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문제는 CPTPP는 쌀 등 민간품목의 관세가 전면 철폐돼 국내 생산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관세 자유화율은 농산물이 96.1%, 수산물은 100%다. 일본 주도의 자유무역협정이라 우리 정부에게 줄기차게 요구해 온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사실상 전면 허용할 수밖에 없게 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굴욕적 외교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수입제한 방어수단인 위생검역도 할 수 없게 돼 과수·축산업의 붕괴 가능성도 크다. 예를 들어 한 국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병하면 지금은 해당국가의 사과를 모두 수입 제한할 수 있지만 CPTPP 가입 후엔 발생농장 사과만 수입을 제한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상품의 생산과정에서 역내산 재료를 사용했다면 그걸 국내산으로 인정하는 원산지 누적 인정은 타산업은 공급망 강화라는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농업계는 가공중간재 수입 확대를 부추겨 연간 피해액이 최대 2조8000억 원까지 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강현옥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장

농업인 벼랑 끝으로 내모는 CPTPP 철회하라!

농업을 포함한 1차산업은 생명산업이다. 기후위기 시대로 농업환경의 변화가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배추와 양파, 파, 계란, 돼지고기 등 가격파동은 농업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럼에도 농업현장을 꿋꿋이 지켜왔다. 우리 농업인은 곳곳에서 농업이 비교우위가 없고 농산물가격이 국제적으로 불리하다는 말이 횡행함에도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근간산업이라고 믿어 왔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호주와 뉴질랜드 등 농수산업 강국이 포함된 CPTPP가 체결되면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 확대가 불가피하게 돼 국내 농수산업계 피해는 그 어느 때보다 막대할 것이다. 정부는 왜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가입을 서두르는가? 피해산업 종사자인 농수산업인에 대한 일체 배려 없이 진행되는 가입 절차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