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 (百景)(228)

“전국서 꿀벌 77억 마리 실종!”
최근 아침신문에 났던 기사의 제목이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꿀벌 실종’ 피해조사 결과 4159농가의 38만9045개 벌통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협회에 등록된 전체 양봉농가(2만3582농가)의 17.6%다. 벌통 하나당 평균 2만 마리의 꿀벌이 사는 것으로 추산했을 때, 최소 77억8090만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것이다.

이같은 변은 양봉농가들이 봄철에 대비해 월동 중인 벌들의 잠을 깨워 먹이를 주며 본격적으로 양봉 준비를 하는 ‘봄 벌 깨우기’ 과정에서 확인됐다.

# 피해를 본 벌통 수를 지역별 피해규모 순으로 살펴보면, 전남(10만5894개), 경북(7만4582개), 경남(4만5965개), 충남(3만1280개), 강원(1만3033개), 경기(4250개) 등이다.
이중 특히 경북의 경우, 사육 중인 전체 벌통의 절반가량(47.7%)의 벌이 사라졌다. 또한 전남은 등록농가(1831농가)의 74.3%(1360농가)가 피해를 봤다.

농촌진흥청은 그 피해 원인을 꿀벌 기생해충인 응애의 발생과 변덕스러운 이상기후, 그리고 약제 과다 사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응애는 꿀벌에 기생하면서 꿀벌의 체액과 조직을 먹고 자라는 해충이다.

# 우리가 기르는 농작물의 3분의 1은 곤충의 꽃가루받이를 통해 열매를 맺는데, 그중 80%를 꿀벌이 담당한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이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경우에는 과일·채소 등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생산량 감소는 자연 식량난과 영양부족으로 이어져 이 지구상에서 한 해 142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환경단체인 어스 워치(Earth Watch)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대체가 불가능한’ 생물로 1.플랑크톤 2.박쥐 3.균 4.영장류(인간 등) 그리고 5.꿀벌을 꼽았다.

이렇듯 대체 불가능한 생물-꿀벌의 폐사는, 인간들이 자초한 지구 이상기온도 그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즉, 11~12월의 따뜻한 이상기온으로 벌통 안에서 겨울잠을 자야 할 꿀벌들이 밖으로 나가 채집활동을 하면서 체력을 소진시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쉽게 응애나 검은 말벌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멀리까지 화분채집을 나갔다가 체력 고갈로 탈진해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밖에서 안타깝게 폐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 대부분이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일벌을 포식하는 해충 응애, 검은 말벌은 사전 방제 포획으로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일이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언제까지고 반복할 것인지... 사뭇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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