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포커스-여성농업인센터 실태와 개선방안

여성농업인센터는 2001년 당시 농림부가 여성농업인 육성 5개년 계획의 시범사업에 포함시키며 첫걸음을 뗐다. 모든 시군에 여성농업인센터를 설치하기로 정부는 장담하며 2005년까지 34개가 만들어졌지만 이후엔 7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장 큰 이유는 2005년 지방분권이란 정책기조 아래 지방에 이양되면서다.

결국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지자체장 의지에 의존하며 휘둘리게 된 여성농업인센터는 지역편중은 물론이고 통일된 기준이 없다 보니 사업진행이 원활하지 못한 문제도 노출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센터는 돌봄과 상담, 교육과 문화지원, 양성평등 등 역할론이 커지고 있는 만큼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중앙정부가 전국적 확충을 비롯해 농촌의 복합전문기관으로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영농여건개선교육을 비롯해 여성농업인의 고충상담부터 교육과 문화서비스 제공, 양성평등 교육까지 수행하며 여성농업인센터 기능은 계속 커지고 있다.

2005년까지 34개 설치 이후 17년간 7개 신설에 그쳐
지방이양 후 지자체장 의지에 따라 좌지우지

지역마다 예산·사업량 천차만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순미 부연구위원이 지난해 내놓은 ‘지방자치단체 농촌여성 정책 추진 현황과 발전 방안’에 의하면 여성농업인센터는 41곳인데 제주도가 10곳으로 가장 많았고, 충남 8곳, 전북 7곳, 전남과 경남이 5곳, 경기 3곳, 강원 2곳, 경북 1곳 등이었다. 제주도가 10곳으로 가장 많은 건 당시 원희룡 도지사가 대대적으로 설치를 추진했기 때문이었다.

여성농업인센터 유급 종사자는 2.7명으로 3명이 가장 보편적인 구조였다. 평균 연간예산은 1억3173만 원으로 자부담 비율은 3.2%였으며 경기는 자부담이 9%로 가장 높았고, 강원과 경북은 자부담이 없었다. 인건비 비중은 강원이 36.1%로 가장 적고 경북이 75.0%로 가장 높았으며, 예산이 1억6000만 원 이상으로 많이 지원된 강원과 충남은 상대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낮았다. 여성농업인센터 중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11곳(28.2%), 공부방을 운영하는는 곳은 26곳(66.6%)으로 농촌의 자녀 돌봄기능이 영·유아 돌봄에서 아동·청소년 교육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양구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 이현주 대표는 “아이행복카드가 나오면서 거의 무료로 어린이집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여성농업인센터가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져 어린이집 등의 보육시설을 운영하지 않는 곳이 늘었다”면서 “우리는 만 2세부터 초등 2학년생 대상의 농번기 주말 돌봄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농어촌희망재단의 지원이 있어 다른 여성농업인센터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말대로 여성농업인센터의 보육시설 기능은 초기엔 필수사업 영역이었지만 선택사업으로 전환되면서 별도의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대부분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농촌 아동 대상의 교육과 문화서비스 제공은 보육환경이 도시에 비해 열악한 농촌에서 여성농업인센터의 중요한 기능으로 부상했다.

▲ 여성농업인센터 현황(자료출처:한국농촌경제연구원)

프로그램 차별화·내실화로 존재감 드러내야
상담·교육·문화서비스·양성평등·돌봄 등 역할 커지는 만큼 지원 뒷받침돼야

서비스 중복이라며 역할 폄하하기도
무엇보다 여성농업인센터의 지원은 지자체장 의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제주도처럼 도지사의 의지가 반영돼 크게 늘어난 지역도 있지만 여성농업인센터에 대한 관심이 대부분의 지역은 낮은 게 현실이다. 주민자치센터나 평생교육원에서 하는 교육을 왜 굳이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중복으로 해야 하냐며 예산을 깎으려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현주 대표는 “한 마디로 여성농업인센터의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같은 요가교육이라도 3~11월의 농번기 때면 돈을 준다고 해도 여성농업인은 그 교육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고, 힘들고 불편한 농작업 때문에 발생하는 농부병 증상을 완화하고 예방하기 위한 여성농업인센터 교육과 주민 대상의 평생교육원에서 하는 교육은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물론 농촌환경의 변화와 여성농업인의 삶의 특성을 반영해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은 여성농업인센터가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이다. 이를 놓친다면 존재 자체에 의문부호가 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이순미 부연구위원은 여성농업인센터의 유급 인력 증원이나 인건비 증액보다 프로그램 개발과 역량강화를 위한 별도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대표 역시 “양구는 군인가족이 많은데 그 부인들이 여성농업인이 원하는 교육에 재능기부로 참여하고 있지만 전문강사진은 많으면 많을수록 교육이 풍성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면 좋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그리고 여성농업인센터라는 명칭 때문에 수혜대상이 여성농업인에게만 한정돼 있을 것이란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양구만 해도 라인댄스와 심리상담 등 많은 서비스는 모든 농업인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사실상 농업인을 위한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단 점은 여성농업인센터 확충의 또다른 이유다.

▲ 여성농업인센터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농촌의 돌봄기능을 상당부분 대신하고 있다.

늘어나는 사업, 못 따라오는 지원
여성농업인센터가 보육과 돌봄을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건 주요 설치 목적이 아니었다. 여성농업인의 고충상담과 양성평등, 교육과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거점공간이 원래의 주목적이었다. 강원과 전북은 양성평등 교육을 여성농업인센터의 필수사업으로 포함하도록 하는 사업지침을 개정한 사례도 있다. 여성농업인센터의 사업수는 1곳당 강원이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평균으로 치면 14건이었다.

기존의 돌봄서비스에 여성농업인 상담과 교육·문화서비스 제공에 이어 양성평등까지 맡겨지며 사실상 중앙정부가 해야 할 몫까지 여성농업인센터가 떠안고 있는 상황인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원에 손을 놓고 있다.

이현주 대표는 “2020년 영농여건개선교육을 진행했었는데 중앙·지방정부의 여성농업인 정책 소개, 여성친화형 편이장비 사용법 등 정말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내용을 알리는 데 쏠쏠한 역할을 했다”면서 “양구는 마을이 88개 마을인데 지난해엔 120개 마을을 교육할 수 있는 게 기준이라 하지 못했었고, 올해는 횡성·안동의 여성농업인센터와 함께 할 수 있도록 기준이 완화돼 곧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언급대로 영농여건개선 교육은 물론이고 악기연주·공예·미술 등 자아실현교육과 댄스·요가·식생활개선·푸드테라피 등 복지활동, 역량강화·토종씨앗 보존 등 지도력 향상과 농외소득 증진 등 여성농업인센터가 수행하는 기능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농촌의 복합전문기관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성농업인센터지만 그에 상응하는 법적·정책적 지원은 매우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지금이라도 직접 여성농업인지원센터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여성농업인센터도 지역맞춤의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내실화된 운영으로 설립취지에 부합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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