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부···충북 괴산 푸른농원 이명자·우종태씨 부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쌍곡계곡 입구는 매년 첫봄이 시작되는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달콤한 미선나무 향이 은은히 퍼진다. 봄꽃 중에 가장 먼저 피는 미선나무꽃이 만개하기 때문이다.

미선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세계적으로 1속1종의 희귀종으로 꽃이 지고 난 후에 달리는 열매가 부채처럼 생겨 미선(美扇)이라 이름 붙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종자나 음식문화 유산을 찾아 목록을 만드는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도 등재된 나무다.

▲ 이명자․우종태 부부는 2009년부터 집 정원을 개방해 미선나무 전시회를 열고 미선나무를 알리고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세계적 희귀식물 미선나무 보급에 30년
미선나무꽃 전시회 개최하고, 미선나무마을 조성에도 앞장

지난 30일부터 4월3일까지 제15회 미선나무 꽃전시회를  괴산 쌍곡천 일대와 부부의 정원에서 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2000년 이후 중단된 미선나무꽃 축제를 대체해 미선나무를 알리기 위한 전시회로 미선나무마을 영농조합법인 우종태 대표 부부의 30년 미선나무 사랑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미선나무는 자그맣고 크지 않아 상품성이 없다고 주위에선 말렸지만 우리나라 토종식물이라 보존이 필요했고 고향인 괴산군의 군화로도 지정돼 있어 1992년부터 미선나무를 지켜오게 됐죠.”

미선나무 박사라 불리는 우종태씨는 20대 후반부터 고향인 괴산에서 나무농사를 시작했고, 남들은 안 하는 일이니 내가 한번 해보자며 미선나무의 보급과 품종을 개량했다.

▲ 생활개선괴산군연합회원인 이명자씨는 미선나무로 식초와 비누 등의 가공품을 개발했다.

부인 이명자씨는 생활개선괴산군연합회원으로 괴산군 향토음식연구회장을 지냈다. 음식 만들기와 가공에 조예가 깊어 미선나무 추출물을 이용한 장과 조청, 식초와 비누, 증류술 등을 개발해 남편의 미선나무 사랑에 뜻을 같이 하며 가공품으로 미선나무를 알리고 있다.

“체험객 대상으로 미선나무 효능을 알리고 있어요. 미선나무 비누는 알레르기에 좋다고 찾는 사람이 많아요.”
 

자세히 보면 더 예쁜 미선나무꽃
미선나무는 햇볕을 받아야 잘 자라고 꽃이 앙증맞다. 나무의 굵기가 가늘고 꽃봉오리가 작기에 화려한 꽃을 즐기는 사람보단 자세히 꽃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이다. 요즘은 미선꽃의 달콤하고 은은한 향으로 주목을 받는다.

학계에선 미선나무는 80cm~150cm까지 자란다고 알려져 있다. 미선꽃은 흰색을 기본으로 꽃 빛깔에 따라 분홍빛깔 분홍미선, 상아빛 상아미선, 꽃받침이 연한 녹색의 푸른 미선, 열매끝이 둥글게 피는 둥근 미선이 있다.

“미선꽃은 희한하게도 그해 날씨에 따라 꽃 색깔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죠. 지난해는 흰색이었는데 올해는 분홍빛 꽃이 나오기도 해서 신기한 꽃이죠”
우종태씨는 품종개량을 통해 미선나무를 더 클 수 있게 품종을 개량했다. 미선나무 보급을 위해 마을사람들과 영농조합을 만들어 미선나무를 보급하고 2009년부터는 꽃이 피는 시기에 미선나무꽃 축제를 위해 자신의 집 정원을 개방해 왔다.

전시회는 부부의 정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정성으로 키운 각종 미선나무와 미선나무 분재들, 틈틈이 모아온 수석들도 시화전도 열린다.

이외에 쌍곡천 3.8km 주변 등에 3만 본의 미선나무가 식재됐고, 미선나무터널과 주차장 등이 조성돼 방문객을 맞고 있다.

부부의 정원에는 120년 된 미선나무도 있다. ‘손병용 기증’이란 푯말이 붙었는데 부부의 사위인 손병용(충주 내포긴들마을영농조합법인 대표)씨가 준 용돈으로 동네 어르신이 키우던 오래된 수령의 미선나무를 구입해 키우는 것이기에 기증이라 이름표를 붙였단다.

“미선나무꽃 전시회가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진 않지만 부부의 평생이 담긴 정성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셨으면 해요”
부부의 작은 소망이자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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