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27)

최근 한 우크라이나 할머니가 우크라이나를 무장침공한 러시아 군인 앞에서 흡사 저주와도 같은 말을 퍼부으며 호통치는 동영상이 트위터 그림(삽화)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나가 화제를 모았다.
“러시아 놈이 여기 왜 있어? 너희는 파시스트 점령군이야! 네 주머니에 이 해바라기 씨나 넣어둬라. 네가 이 땅에 쓰러져 누우면, 해바라기가 자랄 테니까.”
‘네가 죽어 이 땅에 묻히면, 해바라기의 거름이 될 것’이란 얘기다.

# 냉전시대인 1960년대에 제작해 1970년에 개봉한 이탈리아 비테리오 데시카 감독의 영화 <해바라기(Sunflower)>는 옛 소련과 광활한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 평원을 배경으로 해서 찍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무솔리니 군대에 징집돼 전쟁터로 나간 남편이 “우크라이나 돈강 근처에서 낙오됐다”는 말을 듣고 여주인공 조바나(소피아 로렌)는 기차를 타고 남편을 찾아나선다. 남편의 흔적을 좇는 조바나의 눈앞에 끝간데없이 너른 샛노란 해바라기 평원이 아득히 펼쳐진다.

조바나에게 한 여성주민은 말한다.-“독일군이 저 해바라기 밭 아래 포로들에게 직접 자기 무덤을 파게 했어요. 이 모든 해바라기, 나무, 밭의 밀은 이탈리아, 러시아, 독일 군인과 러시아 농부, 노인, 여자, 아이들의 시체 위에 서 있는 거예요.”
1930년대 옛 소련의 지배하에서 스탈린의 강압적인 식량 수탈은 굶주림으로 이어졌다. 이때 우크라이나 국민 350만 명이 굶어죽었다.

농사지은 것은 소련정부에 다 빼앗기고, 먹을 것이 없어서 죽은 동물의 사체, 심지어는 죽은 아들의 시체까지 뜯어먹으며 연명하다 죽어갔다. 거리에는 굶어죽은 시체들이 넘쳐났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 참혹했던 비극적 사태를 ‘홀로도모르(Holodomor)’라고 부른다. 이 말은, 굶주림을 뜻하는 ‘골로드(golod)’와 탈진시켜 죽인다는 뜻의 ‘모르(mor)’를 더해 만든 합성어다. 매년 11월 넷째 주 토요일을 홀로도모르 추모일로 정해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의 압제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독립국가를 이룬 것은 소련이 몰락한 뒤인 1991년 이후다. 겨우 30년 된 독립국가다. 전체 국토면적은 60만3550㎢, 인구는 4392만3000명(세계 35위).

동유럽과 러시아 서부 흑해 연안에 자리잡고 있다. 유럽의 곡창지대로 주요 생산작물은 밀, 옥수수, 보리, 사탕무, 해바라기. 특히 해바라기 씨 기름은 전 세계 수출량의 54%를 차지하며, 연간 약 50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의 불법 침공에 온몸으로 결사항전을 하고 나선 데에는, 지난날의 뼈아픈 역사 경험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국가’ 제목이 곧 그들의 굳은 결의를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의 영광은 사라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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