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26)

영부인(令夫人)의 사전 풀이는 ‘남의 아내에 대한 높임말’로 돼 있다. 아들은 영식(令息), 딸은 영애(令愛)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말을 관용적으로 ‘대통령의 부인’ 호칭으로 사용해 왔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까지 포함하면, 모두 13명이다.

이승만(1~3대), 윤보선(4대), 박정희(5~9대), 최규하(10대), 전두환(11~12대), 노태우(13대), 김영삼(14대), 김대중(15대), 노무현(16대), 이명박(17대), 박근혜(18대), 문재인(19대), 그리고 윤석열 당선인이 20대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19대 문재인 대통령까지 부인들 모두가 ‘영부인’으로 불리며 지난 74년간 대를 이어가며 청와대 안살림을 살아왔다.

# 이승만 초대 대통령 영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이혼녀로 이 대통령과는 재혼이다. 뛰어난 속기와 타자 능력, 국제자격증까지 획득한 영어통역 능력을 갖추고 당시 비서실 체제가 약했던 경무대에서 실질적인 비서실장 역할을 수행했다.

윤보선 대통령 영부인 공덕귀 여사는, 5·16혁명 직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구속자 석방운동, 기생관광 반대운동, 원폭피해자 돕기운동 등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펼쳤다.
박정희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는, 자신의 의견과 시중여론을 전달하는 투명한 언론창구 역할을 해 ‘청와대 제1야당’이란 소리를 들었다. 역대 영부인 중 김대중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규하 대통령 영부인 홍기 여사는, 재임기간이 가장 짧아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조용한 영부인이었다. 
전두환 대통령 영부인 이순자 여사는, 화려한 한복의상을 한 ‘유별난 영부인’이라 불렸다. 그에 비해 노태우 대통령 영부인 김옥숙 여사는 ‘베갯속 내조형’으로 뒷전에서 그림자 내조로 일관했다.

김대중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는, ‘민주화 투쟁의 동지’, ‘정치적 동반자’로서 노령의 나이에도 가장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김영삼 대통령 영부인 손명순 여사와 노무현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는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들로 조용조용하게 청와대 안방을 지켰다.

이명박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세계화 등 ‘한식 전도사’를 자임한 활동가다. 그런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캠퍼스(경희대)커플로 상당한 영어실력과 요리실력 등으로 당당한 영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제 청와대에 입성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 윤 당선인이 “영부인 의전을 담당하던 제2부속실을 없애고, (다소 권위적인) ‘영부인’이라는 칭호보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표현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김건희 여사 역시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역대 13명의 영부인 중 유일하게 예술품 전시기획사를 운영해온 젊은사업가 이면서, 회원수 8만명의 팬클럽(건사랑)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 배우자’의 앞으로의 모습에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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