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노크- 농촌진흥청 인삼과 이승호 연구사

기존 방법보다 병원균 검출시간 절반으로 단축
균 밀도에 따른 뿌리썩음병 발생 상관관계도 밝혀
뿌리썩음병 피해 경감으로 정착재배 가능성 높여

▲ 이승호 연구사

현장서 경험하고 실험실서 연구하고...
“2011년 인삼과에 발령받고 처음 맡았던 업무가 벌써 10년이 됐네요. 주위 동료들의 많은 도움과 조언이 있었기에 난관에 부딪혀도 끝까지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가운데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기술의 이용을 확대하는 것도 또 다른 고민이 됐습니다.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당장 널리 사용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홍보도 하고, 농업현장에서 이해도 구하고, 개발 못지않은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 이승호 연구사(48)는 지난 10여 년간 영농현장을 찾아다니며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인삼의 각종 병원균의 발생 예측과 방제기술 등을 개발해온 대표적인 연구자다.
이 연구사는 그동안 ‘병원균의 라디시콜 저항성 메커니즘 분석을 위한 전사체 분석’ 등의 논문 게재와 31건의 학술발표 등을 이어오고 있다. 또 ‘인삼 뿌리썩음병원균 검출용 프라이머 세트’와 이를 포함하는 키트, 식별방법 등 8건을 산업재산권 등록했다.

이 연구사는 이밖에도 인삼 뿌리썩음병원균 진단 마커 등 5건의 기술을 이전했고, ‘인삼 예정지 토양소독 기술’ 매뉴얼 발간, ‘인삼 뿌리썩음병 발생에 병원균 밀도 영향 크다’는 등의 홍보와 항체진단을 이용한 토양 속 인삼 뿌리썩음병원균 간이검출법 등의 영농활용, 정책자료 제출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뿌리썩음병 발병 상관관계 밝히다
“기후변화는 재배환경 악화로 이어지면서 인삼 뿌리썩음병 발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재배면적도 감소하고 있지요. 뿌리썩음병으로 인해 신규 경작지 확보가 어려워 인삼 재배면적은 2010년 1만9010㏊에서 2020년 1만5160㏊로 감소한 형편입니다.
또한, 인삼농가들이 연작장해로 인한 이동경작에 따라 경영비는 2010년 572만1천 원에서 2015년 765만4천 원, 2019년에는 777만2천 원으로 증가했지요. 인삼은 작물 특성상 뿌리썩음병이 발생해도 지상부(땅 윗부분)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병 확인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병원균이 낮은 예정지를 선정하는 등 예방만이 최선의 대책으로 꼽힙니다. 여기에 착안해 ‘인삼 뿌리썩음병 발생 예측 기술’과 ‘토양 소독을 통한 뿌리썩음병 종합방제법’ 개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승호 연구사와 동료연구원(홍지은, 이성우, 김상국, 김동휘)들은 인삼 뿌리썩음병 방제 기술의 연구개발을 위해 6년근 인삼을 수확하는 80여 농가에서의 수확량, 뿌리썩음병원균 밀도, 발병률 등을 분석했다. 또한 병원균 밀도에 따른 뿌리썩음병 발생 상관관계를 추적해 왔다.

“분석해본 결과 토양 속 뿌리썩음병원균 밀도가 100SQ(starting quantity : 병원균 유전자 증폭 시 일정 시점에 증폭되는 유전자 수)를 넘어서면서부터 병 발생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연차별로 동일 포장에서 병원균의 밀도 변화를 추적한 결과, 뿌리썩음병원균 밀도가 발병한계점인 100SQ까지 증가하며 병 발생이 급증하는 것도 발견했지요.

이 같은 연구결과로 볼 때 뿌리썩음병의 발병 위험은 일차적으로 토양 속 병원균 밀도가 한계점인 100SQ를 넘는 경우 높아지고, 토양환경 등 이차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확산하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그런 분석을 토대로 뿌리썩음병 진단에 도움을 주고자 항원·항체반응을 이용해 기존 방법보다 빠르고 간단하게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빠르고 간편한 진단법 개발
현재 사용 중인 정밀 밀도진단기술(PCR)은 고가의 장비와 전공 인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토양 시료에서 토양을 배양(2일)하고, 건조(1일)한 뒤, 토양 유전자(DNA)를 추출해 정밀 밀도진단기술로 분석(1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4일 이상이 걸리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지만 이 연구사 등이 개발한 기술은 항원·항체반응을 통해 뿌리썩음병원균이 특이적으로 분비하는 단백질을 검출하는 방법으로, 토양 속에서 ‘일리오네트리아 라디시콜라’만 검출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우리 연구팀의 뿌리썩음병 진단 기술은 기존 기술과 달리 토양 유전자(DNA) 추출 과정을 생략하고 비교적 간단한 장비로 병원균 유·무를 판단할 수 있어 검출시간을 기존 4일에서 2일로 절반가량 단축했다는데 의미가 큽니다.”

이 연구사 등이 개발한 기술들은 ‘선택배지’, ‘검출 마커와 진단기술’ 등으로 특허 출원·등록하고, 기술이전을 통해 사업화했다.
“인삼 예정지 관리 시 뿌리썩음병원균 사전 검사와 토양 소독 복합처리(태양열+훈증)를 통해 뿌리썩음병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농가에 적용하면 기존에 재작을 위해 약 10년 이상 휴작을 하던 기간을 2년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인삼 뿌리썩음병 발생 억제를 통한 연작장해 경감과 이동재배에서 정착재배로의 전환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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