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219)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옛이야기에 바탕을 둔 한자어로 만들어진 말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때때로 쓰고 있는 ‘고사성어’와 같다고도 할 수 있다. ‘뜻글자’인 한자 넉 자를 함축적으로 조합해 그때그때의 상황(사례)을 비유가 담긴 말로 표현한 것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란 말은, <교수신문>이란 매체가 21년 전인 2001년 연말에 처음 사용했다. 당시 사회상황을 표현한 사자성어를 한문학자 등 관련 전공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 설문을 만들고, 다수 득표 순으로 추천 순위를 정한 다음 매해 마지막 달에 선정이유와 함께 그 결과를 발표했다.

맨 처음으로 1위에 선정된 2001년의 사자성어는, ‘오리무중(五里霧中)’. 5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다는 뜻의 이 말은, 앞이 안 보이는 것 같은 당시 우리나라의 사회상황을 비유한 것이었다.
지난해 연말 <교수신문>이 선정해 발표한 ‘2021년 올해의 사자성어’ 1위는,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 즉, 도둑을 잡아야 하는 고양이와 도둑인 쥐가 한패가 돼 지낸다는 뜻이다. 관리감독을 맡은 공직자와 범죄자가 결탁해 부정한 일을 저지르는 모습을 비유한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엘 에이치(LH)사건과, 아직도 수사가 진행 중인 대장동 특혜분양 의혹 사건이다.

#새해인 2022년 올해에는, 중소기업 경영인들의 모임체인 중소기업중앙회가 처음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내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 연초에 전국 500개 중소기업 대표자들을 대상으로 <사자성어로 풀어 본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 설문을 사자성어로 조사했다.

그 결과 1위는, ‘중력이산(衆力移山)’(23.2%)이 선정됐다. 이 말은, 옛 중국의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어리석어 보이는 우공이 우직하게 산을 옮긴다는 말에 빗대어 만든 말. 많은 사람이 힘을 합하면 산도 옮길 수 있다는 긍정의 표현이다.

정권 말기 급격한 나라 안 경영환경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임직원이 합심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다음 2위는, ‘수도선부’(水到船浮,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뜬다), 3위는 ‘전호후랑’(前虎後狼, 앞문에서 호랑이가 버티고 있는데, 뒷문으로 늑대가 들어온다), 4위는 ‘언소자약’(言笑自若, 놀라운 일을 만나도 평소와 같은 태도를 지닌다), 5위는 ‘마부정제’(馬不停蹄, 달리는 말은 말발굽을 멈추지 않는다) 등이 선정됐다. 눈을 씻고 봐도 앞이 훤히 트이는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어쨌거나, 그렇게 몸과 마음을 다잡자 해도 나라 안 상황은 코로나-오미크론의 질곡 속에 <교수신문>이 지난해에 선정했던 ‘인곤마핍’(人困馬乏,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의 상황이고, 소위 지도자 계층은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밭에서 물고 뜯으며 싸우는 개) 꼴로 해가 뜨고 해가 지니.... 아, 누구를 탓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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