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 김재수의 기승전農

새해 들어서도 대내외 농업환경 먹구름
신뢰 잃은 정부정책...해결책 마련 시급
농업계 모두가 지혜 모으고 전략 짜야

임인년 새해를 맞아 내 삶이 달라지고 이웃과 주변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코로나19로 힘들고 찌든 지난 세월이었다. 현 정부가 조만간 끝나니 새 정부에 나름대로 기대를 걸어본다. 그러나 2022년의 농산업 분야 업무계획을 보니 답답하다. 농촌경제의 안정과 포용성 강화,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농산업 수행, 탄소중립 이행의 가속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데, 지자체 행정과 현장 농업인이 얼마나 발맞춰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는 국가의 미래와 나라 사정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국방과 외교, 경제와 고용, 실업, 일자리, 자영업자, 노사관계, 청년문제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이 너무 많다.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청년과 서민들이 희망을 잃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새 정부가 잘 헤쳐 나갈지 의문이다. 농업분야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도 만만치 않다. 기후변화 위기와 탄소중립시대에 대응해야 하고, 메가트렌드인 거대자유무역협정에 대비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국회비준이 끝나 조만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환태평양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포괄적점진적경제동반자협정’(CPTPP)도 종착역을 향해 간다. 개별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과는 개방의 폭과 정도가 많이 다르다.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점은 국민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신이다. 이제는 뭐라 해도 국민은 정부를 잘 믿지 않는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부동산정책과 코로나19 방역지침에서 결정적으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 정부 신뢰가 무너지니 사회에서 양보와 배려, 타협을 할 줄 모른다. 원칙과 정신이 무너지고 ‘될 대로 되라’는 냉소적 자세가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피해를 입는 분야는 힘없는 분야이고 서민들이다. 깊은 반성과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농식품 분야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는 다양하다. 필자는 경상북도의 농식품유통혁신위원장을 맡아 지역을 수시로 방문한다. 농업인이나 공직자,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제기하는 농업부문의 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새로운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매년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여러 정책을 발표하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농림공직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한 치유농업사업은 박수를 받는다. 많은 연구개발을 했고, 치유농업법과 제도를 마련했다. 향후 치유식품, 치유관광, 치유해양으로 확대해야 하고, 보건위생과 건강, 소방과 안전, 건축과 재난, 교육 등 타 분야와 연계도 중요하다. 농림분야가 가장 경쟁력을 가지고 국민과 가까이 갈 수 있다. 

둘째, 농업예산이 현장에서 원칙 없이 집행되거나 낭비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표심을 의식한 무분별한 선심성 지원사업이나 선거공로자 위주의 사업선정이 많다.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 2022년 국가 전체 예산 607조 7천억 원 중 농산업 부문은 16조8767억 원 수준이다. 전체의 약 2.8% 정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체예산의 5% 정도를 차지했지만 최근 하락했다. 농업 예산의 규모나 비중보다 더 심각한 것은 농업예산 구조와 사업내역의 고착화다. 경지정리 등 SOC 위주 농업투자를 재검토해야 한다. 직접지불이나 소득과 생활지원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과감히 개편해 피부에 와닿게 해야 한다. 마을 앞 들판에 덩그러니 서있는 고장 난 축분처리시설은 우리 농업투자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같은 낭비성 예산 구조, 선심성 집행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고 농업예산의 비효율적 집행을 막아야 한다. 중장기적인 사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셋째, 농산업 분야도 융복합시대, 인공지능(AI)시대, MZ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과거 방식의 정책홍보는 최근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라는 비판도 많다. 이제는 사회관계망(SNS)시대다. 더 나아가 시간이 짧은 숏폼 콘텐츠나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시대다. 농산업 홍보전략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2022년 농산업분야 과제는 너무나 많고 다양하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건이 심각하고 변화가 소리 없이 빠르게 다가온다. 정부와 농업계, 농업인이 독자적으로 감당하기에 어렵다. 그렇지만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고 누가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어렵지만 지혜를 모으고 전략을 짜야 하는 게 오늘을 사는 농업계의 숙명이다.

김재수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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