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전남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 김지수 연구사

"인류 식량의 60~70%는 
꿀벌 덕분에 열매 맺는다.
그렇기에 꿀벌의 멸종은 
인간의 생사와 직결..."

▲ 전남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 김지수 연구사

봄날 꿀벌의 날갯짓 소리는 우리를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지만, 사실 꿀벌은 공중에서 화려한 몸통 흔들기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는 타고난 춤꾼이다. 오스트리아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는 꿀벌이 먹이를 찾았다는 신호로 원형춤과 8자춤을 추는 사실을 밝혀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꿀벌들은 먹이가 있는 곳이 100m 이내에 있을 때 원형춤을 추고, 목적지가 100m 이상에 떨어져 있을 때 8자춤을 추면서 의사를 소통한다. 특히 8자 춤은 단순히 8자 모양을 그리며 추는 게 아니다. 먹이와의 거리가 멀수록 춤을 추는 횟수가 줄어들고 태양과 먹이의 각도까지 계산해서 춤을 추는 등 대단히 과학적인 요소가 가미된 춤사위다.  

꿀벌의 먹이가 있는 장소에 대한 정보는 이미 춤 속에 담겨져 있다. 꿀벌은 태양과 먹이의 각도를 계산한 뒤 태양을 나침반 삼아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다. 맛집의 위치가 태양의 왼쪽 80도 방향에 있을 경우, 꿀벌은 왼쪽으로 80도 기울어진 방향으로 8자춤을 춘다. 꿀벌의 눈은 태양빛의 방향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태양빛이 없는 밤에도 이전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의사소통을 하면서 춤을 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꿀벌 세상에 우울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안타깝다. 전 세계적으로 꿀벌들이 한꺼번에 수만 마리씩 죽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 꿀벌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2017년 유엔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 야생벌 2만 종 가운데 80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5년쯤 꿀벌이 지구상에서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는 꿀벌 댄스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암울하게 한다. 

꿀벌이 사라져가는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 전염병 바이러스, 전자파 등이 대두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니코틴계의 신경 자극성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을 주범으로 꼽는다. 이 살충제는 꿀벌의 기억을 빼앗아가며 여왕벌의 개체 수도 줄어들게 한다.
사실 한국의 토종벌 또한 전염병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상태라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꿀벌 집단폐사 사태를 일으킨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전국 토종 꿀벌 벌통 수가 42만 개에서 3만~10만 개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한다. 또한, 양봉에서는 꿀벌을 잡아먹는 외래종(등검은말벌 등)이 꿀벌의 봉군을 파괴해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는 양봉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유림을 중심으로 밀원 수림을 조성하고 있으며, 꿀벌을 잡아먹는 외래종을 차단하기 위해 스마트 양봉을 개발하고 있다.
꿀벌은 전 세계에서 약 30%가 넘는 식물의 꽃가루받이를 담당한다. 인류 식량의 60~70%는 꿀벌 덕분에 열매를 맺는다고 알려져 있다. 꿀벌의 멸종은 인간의 생사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은 한 마리 벌이 죽어가고 있지만 이것으로 인해 미래의 과수원 등에서 화분매개가 일어나지 않아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이에 지금 이 순간에도 꿀벌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환경을 보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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