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마지막회)

농촌은 파괴되는 지구의 최후의 보루
농촌여성은 쓰러져가는 지구의 어머니

할리우드는 언제나 꿈과 환상으로 가득 찬 곳이다. 그런 할리우드에서 지난 11월 말 세계 명품 브랜드인 구찌가 패션쇼를 열었다. 이 패션쇼는 팬데믹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다시 피어난 희망 같았다. 밝은 네온사인 아래, 모델들의 의상은 차디찬 아스팔트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었고, 이 쇼를 보기 위해 거리에 모인 세계적인 톱스타들을 바라보며 즐거움은 배가 됐다고 했다. 옷이 팬데믹으로 상처 받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힐링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이야기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위로’의 기능을 옷이 해낸 것이다. 옷의 특별한 역할이 아닐 수 없다.

옷은 인간의 삶과 함께하며 그 시대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사상, 과학 등이 다 옷 안에 배어있다. 패션이 시대의 거울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처럼 세상을 흠뻑 머금은 옷들로 사람들은 개성을 표현하고, 그것들이 모여 유행을 만들며, 문화를 엮어내고 역사를 완성한다.

패션이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면, 개인에게 옷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적극적인 수단이며, 한 사람의 삶을 바꾸어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우리의 조상들은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를 ‘의식주(衣食住)’라 표현했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나 며칠 굶고는 살 수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이건 벌거벗고는 단 하루도 살수 없다. 아쉽게도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삶의 일상일 뿐인 것처럼 잊거나 가벼이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옷을,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공기에 비유하곤 한다.

기본적으로 옷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필수품이다. 동시에 기쁘고 즐겁게도, 때론 부담스럽고 곤혹스럽게도 하며 따뜻한 위로를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삶의 전쟁터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무기’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떤 전쟁을 누구와 어떻게 치를 것이냐에 따라 적절한 무기가 필요한 것처럼 옷도 그렇다. 적절하게 입음으로써 삶의 가치를 극대화시켜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 무기를 현명하게 사용한 위인들이 그 확실한 증거를 역사 속에 남기고 있다. 이런 보석들을 들추며 나는 말 할 수 없는 흥분과 누구도 누리지 못하는 기쁨을 만끽하곤 한다.

필자는 농촌여성신문 지면을 통해 그런 힘을 가진 옷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옷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힘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를 농촌여성신문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다. 나아가 요람에서 무덤에까지 입어야 할 이 옷을 통해서 각자의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했다.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귀한 지면을 할애해준 농촌여성신문과 미숙한 원고를 아름답게 치장해 준 편집진 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더불어 끝까지 많은 격려와 사랑을 보내주신 독자들께도 심심한 감사인사를 드린다. 농촌은 파괴돼가고 있는 지구의 최후의 보루이고 농촌여성은 명실공히 쓰러져가는 지구의 어머니다. 농촌이 살아야 우리의 미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즐겁고 멋진 삶을 사시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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