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치유농업전문가 건국대학교 박신애 교수

농업농촌자원을 활용해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성장에 이바지할 치유농업은 올해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과 2급 자격시험 등으로 본격적인 태동기에 들어갔다.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바이오힐링융합학과 박신애 교수는 올해 농촌진흥청의 치유농업 5년 연구과제로 대상자별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 규명을 수행하고 있다.

▲ 박신애 교수는 식물매개치료 권위자로 치유농업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상자별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 모델 연구
많은 인재가 유입돼 질 좋은 서비스 제공하는 구조 구축돼야

-연구과제를 우선 설명해 달라.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미국 유학에서 원예치료에 눈을 뜨게 됐다. 당시 원예학은 생산을 늘리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심신건강을 증진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연구는 생소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선 원예치료가 현대의학의 예방·보완의학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우리도 조금씩 인식이 바뀌고 있어 다행이다.

올해 세종의 치유농장에서 치유농업 활동을 하게 됐을 때 운동강도를 측정했었다. 텃밭 만들기, 식물 심기, 수확하기, 요리하기, 식물 작품 만들기 등의 식물 매개활동과 동물매개활동, 기타 농업활동 운동강도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식물매개 활동은 상대적으로 중·고강도의 운동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게 의미 있는 건, 치유농업 활동이 건강의 유지와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것과 대상자별로 운동강도를 달리해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치유농장에서 신체적으로 불편한 이들이 비장애인과 차이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맞춤형 활동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스마트팜에서 파종·육묘·이식·정식·수확·포장 등 6개 농업활동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고, 이를 다시 세부적으로 28개의 농작업으로 유형화했다. 앞으로 농업활동 시 근육활성도·에너지소비·뇌파변화 등 생체데이터를 확보해 매뉴얼화하는 과정을 수행하게 된다. 장애인들이 치유농장에서 불편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종사자 역할도 충분히 가능해 직업재활이 가능한 치유농업 모델 개발이 궁극적인 목표다. 장애인이 일하며 스스로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모델은 치유농업이 힐링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취업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치유에서도 효과적일 거라 본다.

-치유농업의 국가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유럽의 농장주 부인들이 간호사나 치료사 경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부인들은 그 농장의 독자적인 자원으로 치유서비스를 오래전부터 제공해왔고, 국가도 지원금을 통해 그들을 뒷받침했다. 유럽에서는 이를 케어 파밍이라 부르며 치유농장을 사회보장제도와 연계해 만성질환자와 노인,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치료 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치유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치유농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고소득을 올리는 농장도 상당수다. 우리나라도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치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정부지원이 없다면 확장에 한계성이 있다. 여성농업인도 유럽의 사례처럼 지원이 충분하면 대상자에 친근하게 다가가 섬세하게 챙기며 프로그램을 효과를 얻는데 장점이 있어 일자리 측면에서 효과가 클 것이다.

올해 치유농업사 지원자 상당수도 기존의 교육체험농장을 운영하는 이들이 많았다. 치유농장으로 확장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맞춤 교육도 중요하지만 시설개선도 분명 필요하다. 비용도 교육체험농장 운영 수준으로 받게 되면 사실상 경제성이 없다. 그래서 우선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이번 연구과제 수행도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건강급여화 당위성을 입증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다고 본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보면 우울 위험군 비율이 22.8%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위험한데 더 심각한 건 2018년 3.8%에 비해 무려 6배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많은 국민이 코로나 우울에 시달리고 있는데 치유농업이 담당할 영역이 확장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또한 국가가 치매를 책임진다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전체 사회비용 규모는 현재 16조5000억 원에서 2040년엔 63조1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것만으로 건강급여화의 필요성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다만 아직은 부족한 치료효과를 가진 프로그램이 적기 때문에 대상자별로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다.

▲ 신체적으로 불편한 이들이 스마트팜에서 농업활동을 통해 환경이 갖춰지면 치유와 취업을 가능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치유농업사가 경쟁력 있는 자격이 되려면 매력적인 일자리가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본다.
농업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치유농업사 2급 자격시험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전국에 11곳이 지정된 양성기관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농업기술센터와 농업기술원, 대학 등이 지정될 수 있는 양성기관도 그래서 내년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동안 농업계에 반짝하고 마는 자격증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자격증을 따도 막상 활용할 곳이 없으면 사장되게 되는데 치유농업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일부에선 치유농업사도 따기 위한 자격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장은 정부의 관심이 높아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치유농업사가 자생력을 갖고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매력적인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인재가 치유농업에 유입되고, 다시 질 높은 서비스가 제공돼 수요로 연결되는 산업화의 선순환이 이뤄질 기반이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식물재배를 코딩교육과 접목한 교육용 공구와 식물재배기 시스템 제작, 스마트팜에 응용가능한 기술 관련의 그린포러스를 창업했다. 민간자격증인 스마트 원예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데 치유농업사도 자격증 취득 후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도 정부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분야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