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안정준 연구사

해충 개체수는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비례
해충 극성기 추정해 효과적으로 방제전략 수립

▲ 안정준 연구사

5년새 월동해충 출현 한달 빨라져 
“기후변화는 단기적인 자료를 가지고서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그래도 5년 동안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를 통해 어느 정도 객관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제, 감귤연구소(제주 서귀포) 포장에서 발생한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의 월동 성충 출현 시기는 2016년 3월22일에서 2020년 2월20일로 5년 사이 거의 한 달이나 빨라졌더라고요. 또 사과연구소(경북 군위)의 경우, 2016년 3월31일에서 2020년 2월20일로 약 40일이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를 통해 변온생물은 우리보다 온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변온생물의 생활사 변화는 인류에게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에 따른 변온생물의 연구는 인류와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연구하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안정준 연구사(56)는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변온생물의 생활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온난화와 변온생물의 변화 그리고 인간에 미치는 관계 등에 대한 크고 작은 자료를 내놓으며 주목받고 있다. 

안정준 연구사는 그동안 ‘과실파리 오비커터’(산란관을 인위적으로 자르는 기구)를 제작해 산업재산권에 등록하는 것을 비롯해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이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개체군 증가에 미치는 영향’ 등 16건(SCI 13건, 비SCI 3건)의 학술성과, ‘해외문제해충 국내침입대비 오리엔탈과실파리’ 등 자료발간 7건, ‘오리엔탈과실파리 발육과 산란특성 및 세대 계산 방법’ 등 정책자료 7건 등 다양한 성과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농업에 기회이자 위기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는 작물 작기의 증가에 따른 농산물 생산량 증가, 우리나라에서 재배할 수 없었던 아열대작물의 생산가능성에 따른 농가소득 증대 등 긍정적인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외래해충의 유입가능성 증가, 국내 문제해충의 월동기간 단축에 따른 봄철 조기 출현, 해충의 세대기간 확대, 해충의 생식력과 성장률 증가 가능성 등 부정적인 결과도 꾸준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기온변화는 변온생물인 식물의 군집과 작물 재배지역에 변화를 가져오며 이러한 변화는 식식성(식물을 주식으로 하는) 곤충의 서식처 분포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페로몬은 같은 종의 다른 개체와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되는 체외분비성 화학물질로서 성페로몬, 집합페로몬, 경보페로몬 등은 행동과 생리를 조절합니다. 노린재류가 분비하는 집합페로몬을 이용해 지역별 연간 포획밀도 변화를 조사함으로써 월동 세대 출현시기와 이후 세대들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를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기온자료와 연계해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의 밀도 변화를 기록했는데,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온도변화가 곤충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와 이후 세대의 발생 최성기에 변화가 있음도 확인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에서 1000ppm으로 증가할수록 알부터 성충에 이르는 발육기간은 3.88일 줄었고, 암컷 수명은 42.59일 짧아졌으며, 산란 기간 중 일일 평균 산란수는 1.47개 증가했죠.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라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의 세대기간은 짧아지고 개체군의 내적증가율은 증가해 같은 기간 내 개체수 증가율이 높았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는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개체군의 성충 나이별 집합페로몬 생산량의 변화와 복숭아혹진딧물의 경보페로몬 농도에 대한 행동반응 변화를 가져왔음이 확인됐습니다.”

효과적인 방제전략 수립에 도움
안 연구사와 동료들은 실내 실험을 통해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개체군 발생밀도 예측을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했고 야외자료를 통해 검증했다. 또한 이러한 과정들이 다른 곤충을 연구할 때 좋은 ‘모델과정’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 결과는 기후변화에 따른 곤충의 개체군 발생밀도 예측을 위한 도구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재배지와 주변식생의 변화는 농업해충의 밀도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다양한 연구들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5년 이상의 장기적인 해충 모니터링을 통해 기상과 해충밀도의 상관관계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 것에 대한 의미가 큽니다. 이러한 결과는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방제전략 수립에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죠. 뿐만 아니라 주요 문제해충에 대해 연구할 때, 그동안 제가 연구에서 적용한 방식을 적용한다면 해충발생 최성기를 예측할 수 있고, 적합한 방제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역별 미기상(지면에 접한 대기층의 기후)의 변화에 따른 곤충발생 최성기를 추정할 수 있으므로 주요 작물에 대한 해충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제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죠.”

안정준 연구사는 아울러 기온자료 분석을 통해 경험적인 월동 해충 개체군 발생모형을 작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해충의 초기밀도 억제를 위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을 성과로 꼽았다. 또한 예측된 봄철 발생 최성기를 기준으로 연간 발생세대수와 발생최성기를 추정하는 기초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작물재배시기를 고려한 경제적인 작물관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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